꿈에서 외국인 남자에게 고백받는 꿈을 꿨다.
자세하게도 이탈리아 남자였고,
꿈이어서인지 나는 그의 말을 다 알아들었다.
처음에 부담스러워 거절하다가 친구랑 얘기도 해보고 고심 끝에 받아들여 첫 번째 데이트를 하다 잠에서 깼다.
(데이트는 파스타집에서 했다. 꿈인데 왜 이렇게 세부적일까. 나도 모르게 이탈리아 남자를 동경하고 있었던 걸까?)
'이게 먼 꿈이랴. 외로운겨?'
눈이 다 떠지지도 않았지만 궁금함에 인터넷으로 바로 검색해 본다.
'외국인에게 고백받는 꿈.'
흉몽이란다.
운이 저하되는 꿈이라는데.
나에게 속임수를 쓰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 조심하란다.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고 금전적인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조심하라는 건 또 잘 지켜야지.'
곧이곧대로 다 믿진 않지만 안 좋다고 하는 건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
운이 저하돼서 슬럼프가 온 걸까.
이런저런 생각에 빠질까 봐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버린다.
해야 할 일들을 다하고 이제 준비를 한다.
오늘은 고양이의 구충 날.
3개월에 한 번씩 구충제를 먹는다.
배스킨라빈스 숟가락에 약과 살짝의 물을 올리고 고양이 입을 벌리자마자 목구멍 가까이에 살짝 넣어주고 숟가락을 빠르게 뺀다.
고양이는 엄청 싫어하기 때문에 이 모든 동작이 3초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빠르게 치고 빠졌는데 고양이의 상태가 이상하다.
'어어. 저것은!'
몸을 꿀렁꿀렁 거리는 것이 토하기 전 징조다.
'안돼애애애애애애애-'
소리와 함께 사료와 약이 뽁하고 나와버렸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외국인 꿈 때문인가.'
'정말 나의 운이 저하되고 있는 건가?'
'아니야. 꿈은 꿈일 뿐이지.'
'근데 진짜로 그것 때문에 그런 거라면?'
고양이가 토를 하자 마음이 일렁인다.
지금까지의 좋았던 운이 나를 떠나갈까 봐.
고개를 도리도리하고 고양이를 바라본다.
멀쩡해 보이기는 하나 한번 토했기에 구충제는 내일로 미루기로 한다.
근데 괜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하루 종일 최대한 조심조심 모든 일에 조심해 본다.
근데 별일이 없다.
나의 하루는 고요하고 온전하다.
운이 저하되면 침대에 정강이를 박고 책상 모서리에 엉덩이 정도는 찍혀봐야 되는 거 아닐까?
과자 비닐을 뜯어도 이상하게 반으로 갈라지거나 문고리를 잡았더니 문고리가 떨어져 나간다거나.
(이 모든 것이 내가 실제 겪었던 일들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어디 하나 다치지 않고 손톱에 거스러미조차도 없었으며 사람들과 불화도 없었다.
'그래. 꿈일 뿐이야.'
'꿈에게 이리저리 휩쓸리지 말자.'
'나의 운은 죽지 않았쒀!'
흉몽은 흉몽일 뿐이다.
그게 무서워 노심초사로 지내면 나는 계속 불안에 떨어야 한다.
꿈에게 휘둘리지 말자구.
(그리고 큼큼, 다음에 나올 땐 외국인 말고 큼큼 거 우리나라에 차은우라는 연예인이 있어. 이왕 나올 거면 우리나라 연예인으로 부탁한다구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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