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시끄럽다.
무언가 생각이 많을 때, 하지만 그 생각들이 딱히 쓸모 있는 생각들은 아닐 때 이렇게 시끄럽다.
예전에는 이 생각들에 개업하는 가게 앞 풍선인형처럼 이리저리 나부끼다 펑하고 터져버려 하루를 망친 날들이 많았다.
잠시 예전 생각이 나서 퓌유우- 하고 한번 웃어주고 할 일을 한다.
이렇게 생각이 가득한 날에는 무언가 넘쳐흘러서 글을 쓰는 게, 그저 계획을 세우거나 일기를 쓰는 것도 조금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아주 여유의 시간을 두고 글을 쓴다.
모두 인지하고 있는 덕분이다.
인지 못했던 때의 나는 조급함에 다리를 덜덜 떨어가며 혹시나 제시간에 일을 마치지 못하면 어쩌지? 하며 불안에 떨었다.
지금은 조금 자고 생각할까?
맛있는 것을 먹어볼까?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해 본다.
뭐 그럼에도 안되면 살짝은 놓아주는 것도 방법이다.
(급한 문제가 아니라면.)
오늘은 포도당 캔디를 먹었는데도 집중이 잘되지 않아 붓을 잡았다.
그림을 시작한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붓을 잡으면 집 나간 집중력도 어느새 다시 돌아온다.
붓을 세워 손끝 감각에 온 신경을 집중시켜 선을 그리다 보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집중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엔 집중이 되지 않아 선도 굵게 그리고 한 번에 그리기가 어려워 일직선인 선도 두세 번에 나눠서 그린다.
그렇게 계속 붓을 고쳐 잡고 선 하나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샌가 머릿속 생각들이 줄지어 나란히를 하고 있어 붓을 멈췄다.
생각들을 차곡차곡 쌓아 정리해 보니 이것저것 하고 싶은 열망과 아파서 돌아다니지 못해 쌓인 불만과 이런저런 생각들이 엉켜있었다.
오한만 조금 괜찮아지면 바로 외출해야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맛있는 케이크 한 조각도 엄청 큰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도 보러 가야지.
추위를 즐기며 콧물도 마음껏 흘리며 돌아다니자 다짐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