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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by 김여생

날씨는 맑고 춥다.
추운 만큼 하늘은 파랗고 밤에는 별들이 쏟아질 많다.
오늘은 그림 수업 송년회로 추어탕을 먹으러 가기로 했으나 나는 참석하지 못했다.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역력했으나 나의 잔기침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 힘듦이 옮겨갈까 걱정이 되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뭐 어쩔 수 없지.
추어탕을 엄청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년에 한 번쯤은 먹고 싶은 메뉴여서 기대했는데.
아직도 살짝의 오한이 남아있어 나갔어도 좋지 않았을 것이다.
추어탕을 못 먹은 아쉬움을 대신해 오늘은 겨울의 정석인 영화를 보기로 한다.
겨울마다 생각나는 것들이 있긴 하지만 다시 한번 새하얀 눈을 기대하며 영화를 재생한다.
몇 번이나 본 영화이지만 매년 감정이 다르니 볼 때마다 조금씩 새로운 느낌이다.
'러브레터.'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 로 유명.
새하얀 설원 위에서 소리치는 여자의 울부짖음이 어릴적 처음 보았을 때엔 조금은 뜬금없이 느껴졌는데.
다시 보고 또 보니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일지 느껴지며 나도 저 상황이라면 저렇게 소리라도 내어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된다.
볼 때마다 가슴 한 곳이 무륵무륵한 느낌이 든다.

특유의 색체와 서정적인 장면들은 눈이 쌓이고 덮여 추위가 가득한 곳이 슬프게도 혹은 그립게도 보이는 이상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영화를 보면서 주전부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런 잔잔하며 여운 있는 영화들은 그저 바라보게 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전에 보지 못한 디테일을 발견한다.
매년 보면서도 또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건 재미있는 놀이처럼도 느껴진다.
새하얀 눈이 오던 날 보았으면 더 좋았겠다 하는 느낌이 드는.
아마 그랬다면 나가서 작은 언덕에라도 올라가 사랑하는 나의 할아버지에게 외치지 않았을까.


'잘 지내고 계시죠?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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