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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

by 김여생

추운 날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해산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꼬막의 제철이 왔다.
반으로 갈라진 껍질 위에 양념이 올려진 꼬막을 한입에 넣어 먹으면 짭조름한 양념장 사이로 쫄깃쫄깃한 꼬막이 어찌나 맛있던지.
반찬으로 꼬막이 올라오면 항상 남동생과 사투를 벌여가며 먹었던 기억이 있다.
(아빠도 꼬막 러버라 셋이 함께인 식탁엔 꼬막 껍데기가 수북이 쌓였었다는.)
먹기만 해 봤지 자취를 시작해 처음 꼬막을 사서 손질했던 날,
꼬막이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할머니와 엄마는 그 많은 양을 하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우리가 좋아하니 많이 드시지도 않고 바라만 보셨다.
(가히 전쟁터 같은 느낌이었기에 후후.)
꼬막 삶는 물에 하얗게 올라오는 거품 사이로 추억을 곱씹었다.
쫄깃하게 삶아진 꼬막을 반으로 갈라 양념장을 무칠 것과 그냥 비빔밥으로 먹을 것을 나눈다.
껍질을 한 번에 다 제거해서 버리는 게 편하긴 하지만 양념장을 올려 입으로 빼먹는 재미를 놓칠 수 없.
간장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을 넣어 양념장을 간간하게 만들어준 뒤 삶아진 통통한 꼬막살 위에 살포시 조금씩 올려본다.
가끔 할머니는 양념장에 냉이를 넣어주셨는데 정말 향긋하고 맛있었다.
뭔가 예쁘게 올리고 싶어서 집중해 예술혼을 불태운다.
청주나 사케 같은 뒷맛이 깔끔한 술과 함께했으면 참 좋았겠지만 술을 안 마시는 게 이럴 때는 조금 아쉽다.
접시에 곱게 담아 손으로 집어 입으로 빼먹으니,
정말 맛있다!

식탁에는 점점 껍질이 쌓여가고 경쟁자가 없음에 기쁘기도 내심 아쉽기도 했지만 마음껏 먹을 수 있음에 취해 손과 입이 쉬지 않았다.
짭조름한 남은 양념에 꼬막비빔밥까지 야무지게 먹고 나서야 배를 땅땅치며 숨을 골랐다.
'역시 겨울은 좋아.'
수북이 쌓인 껍질 뒤로 설거짓거리도 한껏 쌓인 어느 한 저녁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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