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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by 김여생

주말을 알차게 보내고 나는 다시 누웠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아주매우엄청 알차게 보냈기에.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쿠키를 선물하고 싶어 베이킹 수업을 들었다.
크리스마스트리 모양과 리스와 양말 모양을 만들어서 줘야지! 하는 포부를 갖고.
하지만 베이킹을 처음 해보는 초보가 선물을 할 수 있을 만큼 잘할 리 만무했다.
(어디서 온 자신감이었을까 후후.)
사진을 보여줬더니 친구는 귀엽다며 달라고 하길래 그중에 제일 괜찮은 것들로 몇 개를 선물했다.
친구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크리스마스 마켓 하지 않나?라는 이야기로 흘러가 성북구에서 하는 유러피언 크리스마스 마켓에 홀린듯이 방문했다.
오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과는 조금 달랐지만 각 나라의 음식들과 물건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날이 심히 추워 글루바인 한 잔을 마시니 열이 오르며 몸이 따뜻해졌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벌써부터 이렇게 추우면, 1월이 무습다.)
각 나라별 음식들이 있어서인지 외국 사람들이 많았고 다들 서서 와인 한 잔을 손에 들고 이야기꽃을 피움에 분위기는 굉장히 화기애애했다.
안전요원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신경을 많이 쓴 모습에 좋은 경험이었다.
정말 아쉬운 건 왜 주말 이틀만 하나요.
크리스마스 마켓인데 크리스마스 전날까지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독일 소시지 먹고 싶었는데 앞에 57팀이 웨이팅을 하고 있어서 못 먹었는데요 흑.
유튜버들도 있다고 했는데 난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었고 폴란드 부스에 있는 남자가 어라 어디서 봤는데 하다가 미카엘 셰프님 아닌가? 하다가 에이 설마 셰프님이 바쁜데 여길 올 수 있을까 했더니 설마가 맞았다 허허.
자피에칸카라는 폴란드의 유명한 길거리 음식이 있어 사 먹었는데 팬케이크도 맛있다며 이것저것 홍보도 잊지 않으셨다.
근데 자피에칸카 아 정말 맛있었다.
따끈하게 구워진 바게트 위에 소고기와 치즈와 맛있는 소스들이 올라가 있는데 먹자마자 오우 이거 냠냠이다며 손뼉을 쳤다.
추운데 와인과 먹으니 더 꿀맛이기도 했다.
계속했으면 몇 번 더 갔을 텐데.
오손도손 음식 먹으며 와인도 한잔하면서 서서 이야기하고 콧물도 흘려주고 하는 게 겨울의 맛이 아닌가.
역시 주말 이틀만 하는 건 아쉽다.
유럽처럼 한 달을 하거나 그러진 않아도 일주일만 해줘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몸져누워 생각만 해도 참 좋은 오늘이다.
해야 할 일이 가득 쌓여있는데 주말에 기분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걱정은 나중으로 미뤄둘란다.
내 몸은 겨울을 심히 싫어하지만 나는 겨울도 좋다.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시나몬 향이 솔솔 나는 와인 한 잔이면 세상을 다 가진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다구.
또 찬바람에 코와 입까지 얼어 어버버버 하다가 어묵 국물 한 잔은 또 얼마나 귀한지.
이 찰나의 낭만이 나를 자꾸 추운 날 나가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또 충전해서 나가자.
추위를 뚫어 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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