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업 대신 다른 곳을 다녀올 일이 있어 버스에 올랐다.
그림 수업을 빠지고 싶진 않았는데.
아쉬움을 달래며 창가에 비친 시내의 모습들을 눈에 담아본다.
몇 정거장 가지 않기에 바깥쪽 의자에 앉아있다가 사람들이 많이 타길래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옆에는 새하얀 흰머리를 곱게 말으신 할머니 한 분이 앉으셨다.
'아니 이 버스는 자리가 너무 없어, 안 그래요?'
난 바로 대답한다.
'그러게요. 앞좌석이 없어서 자리가 조금 부족하죠.'
우리가 탄 버스는 앞쪽에 한 명씩 앉을 수 있는 좌석을 없애고 서서 갈 때 편하게 가라고 쿠션을 덧대어 놓은 요즘 신식 버스였다.
'그러니까. 나는 저 쿠션을 내리면 좌석이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보니까 내릴 수 있을 것 같이 보이네요 후후.'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다가,
'나는 조금 있다 내릴 거긴 한데 안쪽으로 앉아줘서 고마워요.'
하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셨다.
신기하게도 나한텐 이렇게 처음 본 어른들이 말을 거는 경우가 왕왕 있다.
모두 이런 경험을 꽤나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
나는 지하철이나 버스나 택시를 기다릴 때도 친해져서 가는 곳이 같으면 동승을 하기도 한다.
시골에서 매일 나의 할머니, 동네 어르신들과 얘기하며 지냈기에 어른들을 어려워하지 않으므로 처음 본 어른이 말을 걸어도 거리낌이 없는 편이다.
그냥 자연스레 말을 걸면 자연스레 대답을 한다.
저번에 지하철에서는 할머니가 커다란 짐을 가지고 와서 내 옆에 앉으시더니,
'아이고 날이 사람 잡겠네. 그치?'
하고 날 지그시 바라보며 말씀하시길래
'아이고 그러니까요. 하늘이 노했나 봐요.' 했더니
'고마워 아가씨.'
하시고는 요즘 사람들은 말을 안 받아준다고 아쉽다고 하셨다.
그러고는 가는 내내 쿵짝이 맞아서 신나게 이야기를 했더라는.
그때 아마 도봉산을 가던 길이었는데,
맛집과 코스들도 알려주셨다.
내가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지 이렇게 먼저 말을 걸어오면 그저 재밌다.
(사람도 좋아하고 말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넉살은 그리 좋지 못해 내가 먼저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거는 건 아직도 부끄럽다아아. 하지만 부끄러워도 한다. 안 하진 않음 후후.)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친구들은 왜 너한테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냐며 신기해한다.
가끔 지방에 가서 음식점에 갔다가 운이 좋으면 서비스도 팍팍에 생각지도 못한 현지 투어를 하기도.
써놓고 보니 신기하긴 하다.
혹시 내 얼굴에 쓰여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 좋아함. 말 걸면 좋아함!'
사람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언제든지 말 걸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