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찬기가 잦아들었다.
이른 시간 냐옹이 사이렌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는데 4시였다..
하 정말 사랑하는 나의 고양이.
이렇게 아침형 인간을 만들어준다.
밥을 주고 옷을 주섬주섬 더 입어주고 환기를 한다.
어라? 생각보다 괜찮은데.
날이 덜 추워 고양이가 새벽부터 신이나 이리 뛰고 저리 뛰고를 하다 해가 반짝하고 올라오니 그제야 다시 침대로 야금야금 올라갔다.
고양이를 재우고 창문을 계속 열어놓은 채로 집안일을 모두 끝낸 후, 차 한 잔을 호로록한다.
요즘 가향차에 빠져 향기로운 오전을 보내고 있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정말 좋았지만 아침의 반짝 기운을 썼더니 그 뒤론 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못 일어나다가 스륵 한잠을 자고 나서야 겨우 일어났다.
몸 이 녀석은 겨울에 도통 익숙해지지 못하는지 또 콜록콜록에 재채기 한 바가지를 쏟아낸다.
어제 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 책을 가져왔으므로 오늘부터 다시 부지런히 읽어야 한다.
마침 집에 커피가 똑떨어져 고양이와 사랑사랑을 하다가 자러 들어가는 것을 확인 후 이불도 더 야무지게 덮어주고 집을 나섰다.
정처 없이 이리저리 휘저으며 거닐다가 예전엔 브랜드 카페였는데 개인 베이커리 카페로 전향한 한 카페로 들어간다.
3층짜리 건물을 모두 사용하는 카페인데 통유리로 되어있어 전망이 아주 좋다.
빵이 나에게 어서 오라며 손짓과 발짓을 해가며 유혹을 펼쳤지만 넘어가지 않고 커피만 시켰다.
유리 안으로 햇빛이 사르르 들어오는데 카페 안은 따뜻하지, 햇빛도 좋지 책을 몇 장 넘기다가 슬쩍 눈을 감았다.
잘 자고 밖으로 나와 집에 오는데 저 몇 미터 밖에서도 알 수 있는 호떡과 어묵의 향기.
나도 모르게 발이 먼저 움직인다.
버스정류장 바로 앞. 자리도 좋다.
추운 날 버스 기다리며 어묵 하나 먹으면 키햐.
난 기다리는 버스는 없지만 어묵 하나를 집어 든다.
오 국물에 꽃게를 사용했다고 게를 전시해놨다.
그럼 국물도 한번 맛봐야지.
키향 시원해. 이 맛이지.
실실거리며 먹고 있으니 맛있어 보였는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좁은 거리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으니 오고 가는 사람들이 살짝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불편하게 일렬로 가다가 향기에 취해 이쪽으로 몸을 바꾸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이 많아져서 나는 얼른 먹고 나와버렸다.
어묵을 먹고 호떡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모이더니 줄을 서기 시작해서 다음을 기약한다.
다음엔 버스를 기다리면서 호떡을 먹어봐야지.
버스 타고 나갈 수 있는 곳을 찾아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