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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

by 김여생

강추위가 찾아왔다.
기모 바지를 입고 이것저것 두껍게 껴입었는데도 아주 자그마한 틈새로 찬기가 온몸으로 스며 들어오는 날이다.
이럴 땐 어디도 가기 싫지만 그럼에도 나가본다.
환경을 바꿔줘야지.
오랜만에 서울을 누비고 다닌다.
젊은이들의 합정은 이 추위에도 코트를 입고 다니는 멋쟁이들이 있다.
(너희들의 용기와 젊음이 정말 멋있다.)
요즘은 천장이 예쁜 곳이 있을 땐 바닥에 핸드폰을 놓고 고개를 숙여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어떤 느낌인지 잘은 모르겠는데 하라고 해서 따라 찍었지만 머리 긴 귀신처럼 사진이 나왔다.
(이게 정녕 맞는 걸까.)
이모가 다 되어버린 나에게 신세대의 젊은 감각은 신기하고 어리둥절하다.
가다가다 처음 가보는 동네까지 넘어가 지금까지 마셨던 커피 중 향으로는 제일이라 말할 수 있는 가게를 발견하는 기쁨도 있었다.
차갑게 식었는데도 향이 가득해 파는 제품을 사지 않을 수 없는 가게였다.
자주 가고 싶지만 거리가 상당해 고민이 되는 곳이다.
(고민이 될 정도로 정말 향이 좋은 곳이었다.)
하루 종일 콧물을 휘날리며 열심히 돌아다니며 계속 집에만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되돌아본다.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에게 에너지를 받으니 생각이 새롭게 펼쳐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집에 오자마자 정말 행복했던 건 안 비밀이다.)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지만 친구는 취한 느낌이 든다고 했고, 나 역시 살짝 붕 뜨는 기분이 들며 계속 기분이 좋았다.
핫초코를 마셨는데 그걸 마시고 둘 다 기분이 붕 뜨는 경험을 한 것 같다.
정말 맛있는 핫초코는 술만큼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걸 처음 깨달아버린.
오늘 일부러 한 번도 하지 않은 행동과 동선으로 돌아다녀 봤다.
익숙한 것도 좋지만 역시 새로운 경험은 짜릿하다.
나만의 맛집 리스트에 카페 두 곳이 추가가 되었다.
이번 주말은 아마 침대에서 내려오기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올겨울 추위를 제대로, 마음껏 느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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