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사색과 몰입의 시간을 갖는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지만 딱히 결론으로 나진 않는다.
그럼에도 계속하는 이유는 이러다가 번뜩 기가막힌 생각들이 생길 때가 있기 때문이다.
몰입하며 같은 생각을 여러 번 하다 보면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쭉 뻗어나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 방향들이 굉장히 신선해서 재미있게 느껴진 적이 있다.
가만히 앉아서 혹은 걸으면서.
가끔은 대중교통을 타고 밖을 바라보면서.
오늘은 물 안에서 잠시 몰입의 시간을 가졌다.
수업을 받는데 걷는 동작을 많이 한다.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몸에 힘을 주고 빠르게 걸으려고 하는 것이 포인트다.
나의 자세를 보며 걷기 위해 물 안을 들여다보며 걷는데 갑자기 몰입의 세계로 빠졌다.
쿵쾅거리는 음악소리도,
사람들의 목소리도,
첨벙대는 물소리도.
그 무엇도 들리지 않고 잠시 나만의 세계에 몰입해버렸다.
팔과 다리는 연신 움직이면서 물만 바라보며 있다가 옆 레인에 한 바퀴를 돌아 마주 보며 오던 아주머니가 첨벙하며 튀긴 물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원래는 물 안에서 몸에 힘을 주고 다리는 천천히 유영하듯 걸어야 하지만 어르신들은 조금 어려워해서 물 안에서 점프하듯이 통통 걸으신다. 혹시 몰라 레인을 손으로 잡고 통통 튀어 오르듯이 걸으니 물이 튀길 때가 있다.)
소리가 없어졌다가 다시 들리니 조금 더 크게 느껴졌다.
'어라.'
정신이 든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그 짧은 시간에 물을 바라보며 몰입한 내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왜 갑자기 그렇게 몰입한 거지?'
근래 이 정도로 무언가에 몰입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덕분에 수업이 끝날 때까지 계속 집중할 수 있었다.
워낙 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가끔 바다를 보며 머리를 식히기도 하는데 수영장 물을 보며 이런 건 또 처음이라.
그러고 보니 바다를 본 지 얼마나 됐지.
작년에 부산을 간 게 마지막이었나.
오래되었구먼.
차디찬 겨울바다를 한번 보러 가야겠다.
코끝이 애리는, 짭짤한 소금기 가득한 바람을 맞으러 가야겠다.
하루 종일 바다를 바라보면 이번엔 또 얼마나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