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안 써진다.
바라보는 것들이 모두 글의 재료로 보였는데.
새만 바라봐도 글이 나오고 벤치를 바라봐도 글 한편이 뚝딱 나왔다.
삼십분이면 가벼운 글은 호라라락 나왔는데.
지금 한 시간째 앉아있는데 한 줄을 쓰지 못했다.
왜인지 알 수가 없네 정말.
무엇이 문제일까.
머릿속에서 그 어떠한 정보도 들어갈 수 없고 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예전에 써놓은 글들을 휘리릭 보다가 오늘은 이걸 사용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아.' 하며 다시 내려놓았다.
미리 써놓은 글들로 대체하려면 몇 주는 거뜬하겠지만 나의 매일의 일상을 담는 글이 거짓이 되면 안 될 것 같다.
'안되면 안 된다고 쓰면 되지 뭐.' 하고 쓰는 중이다.
매일 하던 것을 못 하게 되는 이 기분은 굉장히 생소하다.
다른 건 다하는데 글만 못 쓰고 있다.
식욕도 좋고 몸 컨디션도 좋고 운동도 하고 뭐 다하고 있는데 글만 못 쓰고 있다.
원인을 몰라 큰 변화를 주지 않고 평범히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었지만 충격요법이나 새로운 환경이 도움이 되려나 생각해 본다.
하루 종일 생각하다가 어떻게든 찾아내어 억지로 끄집어내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몇 주째 진행 중이다.
오늘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냥 솔직히 적어본다.
평범한 것을 평범한 기분으로 행하는 것이 비범한 것(앙드레 지드) 임을 마음 깊이 느끼는 요즘이다.
당연히 해오던 것을 못 하게 되니 지금까지는 어떻게 해왔지? 하며 돌아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썼다.
어떻게든 하려고 하니 여기까지 적었다.
안되면 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하다 보면 길이 나오겠지.
이런 느낌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일상의 기쁨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