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복

김기복은 즐거워.

by 김여생

나는 김기복이다.

아니 이었다. 아니, 지금도?

감정의 기복이 있는데 남들은 잘 모르겠다고 하지만 나는 아주 잘 느껴진다.

(나는 티를 내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면 굉장히 잘 숨기는 편이다.)

마음이 무슨 널이여.

이리 뛰었다 저리 뛰었다 메뚜기 마냥 통통 튀어 오른다.

다행인 것은 금방 풀린다는 것.

열이 오르다가도 목구멍까지 얼려버릴 시원한 얼음 음료수를 마시면 금방 잠잠해지기도 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 먹으면 금방 아이처럼 하하호호다.

근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 나잇값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명상을 시작했다.

유쾌하게 살고 싶지만 가벼워 보이고 싶진 않은 마음이랄까.

(솔직히 내가 원하는 건 우아함이다. 허참. 택도 없어.)

예전엔 시크하고 싶어서 옅은 미소만 지으며 살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집에 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머리를 질끈 묶고 양푼에 비빔밥을 석석 비벼 먹었다.

(시크할 때는 소식해야 하니까, 나름 컨셉에 아주 열심이었다고.)

근데 그렇게 하니 사람들이 다가오길 꺼려 하더라.

나는 사람들과 얘기하고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데 뭔가 벽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쬐끔 고민했지만 나는 사람들을 택했다.

혼자도 좋지만 사람들과 부벼가며 사는 것이 좋으니까.

옷도 맨날 검은색에 힐을 신다가 공중에서 내려오고 밝은색으로 갈아입고 웃음을 장착했다.

진짜 이런 변덕과 기복이 있으니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많은 건 장점이다.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아. 그래서 내가 수다쟁이인 걸까?)

명상을 하며 나를 비우고 나 자신에 집중했다.

나의 내면 아이와 대화도 정말 많이 나누었고 이제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간결하고 우아한 삶을 살고 싶은데 하 그게 참 어렵다.

명상을 해도 자꾸 웃기고 싶고 깔깔거리고 싶다.

그래서 우선 고양이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고양이를 아주 조심스럽게 대해 본다.

매일 뽀뽀 폭탄을 하다가 뽀뽀도 안 하고 미소만 지으며 예뻐하니 고양이는 이상하게 쳐다본다.

'드디어 뭘 잘못 먹은 겐가.' 이런 눈으로.

그런 눈빛을 보내와도 '후후.' 거리며 쳐다만 보고 건들지 않았다.

고양이가 애정표현을 하면 잘 받아주지만 예전처럼 내가 막 들이대지는 않았다.

하루는 이상하게 쳐다보더니 둘째 날부터는 아주 나에게 매달리다시피 잘해주더라.

'아. 이거였군.'

너 나랑 밀당하는 거였구나.

발로 차고 때려도 내가 자존심도 없이 들이대니까 그랬던 거구나. 하 깨달았다.

매일매일 젠틀하게 삶을 이어가는데 뭔가 무료하다.

기복이가 올라온다.

'기복아. 내려가라. 나 지금 우아한 삶 연습 중이야.'

'사람은 생긴 대로 살아야 하는 법이야.'

'너 이거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죽을 때까지 이렇게 진짜로 살 수 있다고??'

마음속에서 핑퐁핑퐁 난리가 난다.

'그럼 언제까지 주접을 해대면서 살아갈 건데. 나도 이제 좀 우아해질 때가 되지 않았니?'

'우아? 개가 X을 끊어.'

'너무하네 진짜. 마음에 스크래치 나네!'

갑자기 열이 확 솟구치면서 '우와아아아악-!' 각성했다.

'못 해먹겠어!! 고양이한테 뽀뽀할래!'

기복이 돌아왔다.

'난 그냥 고양이한테 뽀뽀하고 사람들이랑 낄낄깔깔하고 살래.'

괜히 나 자신을 바꾸려 하지 말자.

있는 대로 살되,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바르게만 살아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냥 이게 나야. 하면서 사랑해 주며 항상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방향 키만 제대로 잡자고 다짐해 본다.

'허허허 그래. 그렇게 살아가면 되지.'

고양이에게 흠뻑 뽀뽀한 후, 만족스러워서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또 나의 에피소드가 하나 더 추가가 된다.

고양이 뽀뽀는 사랑이라구. 못 끊어.

일주일간 고양이만 좋다 말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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