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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by 김여생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는데 옆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아 뭔가 기분이 꿀꿀해.'

'나도. 비 와서 그런가?'

뭐 하지? 뭐 할까? 하며 서로 각자의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20대로 보이는 여자아이 둘이 보인다.

그런 날이 있다.

살짝 기분이 요상스러.

뭔가 기분이 나쁜듯한데 막 그렇진 않고 그렇다고 좋지도 않아.

그러면 안 좋은 거다.

감정이란 녀석은 꽤나 극명하다.

감정에 그저 그런 건 없다.

좋으면 모든 게 좋아보이그든.

'그냥 기부니가 조크든요.' 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럴 땐 무엇을 해야 할까?

둘이 있으니 쇼핑을 해도 좋고 취미생활을 할 수도 있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움직이고 싶지 않다면? 일하고 있어서 혹은 공부 중이라 움직일 수 없다면?

그럴 때 아주 손쉽게 바로 할 수 있는 게 있다.

개그다.

돈과 시간에 비해 효과가 최상이다.

웃음의 효과에 대해서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웃음은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와 스트레스 감소 및 창의적 사고와 문제해결능력을 높여주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몸과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웃음을 이용한 치료법이 있을 정도이니 믿어볼만하다.

(단점도 존재하는데 뭐든지 과유불급이라 지나치게 웃으면 통증 및 호흡곤란이 생길 수 있다.)

감정이란 녀석은 기분이 안 좋은 상태로 조금 길어지거나 이유를 알기 위해 곱씹다 보면 자꾸 부정적인 쪽으로 데려가는 특성이 있다.

그러니 얼른 기분을 안정화 시키고 그다음 이유를 찾아도 늦지 않다.


나의 유튜브 재생목록엔 개그 목록이 있다.

꽤나 심혈을 기울여 모은 것들이다.

이어폰만 있다면 정말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기분이 애매하면 이어폰을 끼고 개그 목록을 재생한다.

배꼽이 빠져서 안녕 난 배꼽이야! 하게 웃어줘야 한다.

그렇게 5분 정도만 웃어줘도 생각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금세 기분이 안정화가 된다.

나는 슬랩스틱도 좋아하고 아재개그도 좋아하는 개그의 역치가 굉장히 낮다.

조금만 웃겨도 깔깔 마녀가 되는.

사람마다 개그의 역치가 다 다르겠지만 난 항상 나의 낮은 역치에 감사함을 느낀다.

(금방 질리는 성격이 아니라서 보고 나중에 또 봐도 다시 깔깔이다. 감사할 수밖에 없다.)

내가 유튜브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매일 새로운 개그들이 많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정말 다양한 개그를 볼 수 있다.

숏츠를 올리다가 재밌다? 하면 바로 나중에 볼 영상에 넣어 놓는다.

예전엔 주말에 개그 콘서트를 보거나 혜화역에 있는 개그 연극을 보러 가야 했다.

지금은 너무 편리한 세상이라 감사하다.

일하거나 공부할 때 너무 오래 보거나 꽂히면 하루 종일 실실거릴 수 있으니 적당히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일 수도 있다.)

기분을 중간에서 살짝 높은 상태로 유지하고 싶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나의 기분은 내가 관리할 수 있는 게 제일 좋지.

나이 들수록 느끼는 것인데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것만큼 정말 안타까운 것이 없다.

남에게 보이는 것도 예의 없는 것이지만 나 자신에게도 함부로 하는, 자학하는 행위이다.

그러니 나를 위해서라도 기분 좋은 행동들을 많이 해주자.

말이 나왔으니 기분이 좋은 상태이지만 집에 가서 개그를 봐야겠다.


박장대소하고 데구루루 구르려면 집이 최고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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