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놀이

by 김여생

집에 있으며 많은 생각을 한다.

여러 가지의 생각이 나를 거쳐가고 관통하고 채워지기도 한다.

그중 제일 답이 늦게 나온 것은 노는 것이다.

논다? 일을 하지 않는 것?

아니다.

호캉스를 가고 휴양지에 가는 것?

느낌은 비슷한데 지속하기도 어렵고 휴식의 개념이 더 강하지 않을까.

노는 것은 무엇인가.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놀이공원을 가고 여행을 다니는 것도 노는 것이고

인형 뽑기를 하는 것도 노는 것이다.

머릿속에 있는데 뭔가 명확하지 않아 기준을 세워보기로 한다.

그런데 취미와 노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닐까?

취미의 뜻을 찾아본다.

'금전이 아닌 기쁨을 얻기 위해 하는 행위.'

기쁨은 무언가 성취하며 성취감을 얻었을 때 느껴지는 감정 같다.

그렇다면 반대로 성취가 없으면 기쁨도 없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혹은 자신의 기준이 높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면 기쁨은 느낄 수 없을수도 있다.

그건 내가 생각하는 노는 것이 아니다.

재밌고 지속할 수 있는 무언가.

하고 있으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있는 것.

점점 윤곽을 드러낸다.

하기 좋을 때도 있지만 하기 싫을 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게 되는 무언가.

왜?

그 행위가 즐겁다는 것을 나 스스로 알고 있어서.

'지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즐거운 행위.'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즐거움은 목적을 이루는 과정이 즐겁다로 표현될 수 있다.

무언가 성취하기 위해 달려나가는 것이 아닌 과정 자체로 즐거우면 그것이 노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몰입이 꼭 들어가야 한다.

몇 시간이 금세 삭제되어버리는 즐거움이 있는 무언가.

하기 싫어도 자꾸 생각나서 결국은 자리 잡고 하게 되는 무언가.

매일매일 지속할 수 있는 어떠한 것.

여기에 금전이 곁들어지면 땡큐베리감사일 것 같다.

요즘 정말 악착같이 놀아야 함을 느끼고 있다.

제대로 놀 줄 몰라 버린 세월이 한세월이다.

만약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진 않지만 한 번 생각해 본다.

내가 노는 것을 잘했다면 그 수많은 일들을 조금은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았을까 하고.

마음의 여유가 한 뼘 정도는 더 있지 않았을까 하고.


다시 그림을 시작했다.

재능이 있는 것 같진 않은데 좋아한다.

그리면 그릴수록 연습하면 연습할수록 어라?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다.

아직도 손을 발발 떨어가며 선을 그리지만 그래도 좋다.

한번 붓을 잡으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몇 시간이 사라진다.

잘 그려도 좋고 실수해도 어떠하리 이런 마음이다.

그림 하나를 완성했는데 '우와 완성했다!' 가 아니라

'우와! 또 그려야지.' 함으로서 나는 이게 노는 것이라 결론지었다.

즐거워서 하루 종일 붓을 들고 있어도 좋겠다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근데 왜 실력이 제자리걸음인지 알 수가 없다.)

논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꼭 누군가와 함께 해야 노는 것이라 생각했던 어리석은 나를 반성한다.

나 혼자 노는 것도 좋은 것이고 함께 노는 것도 좋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글 쓰는 것도 노는 거네.

즐거워서 신이 나 손가락이 날아다닐 때도 있고,

하기 싫을 때도 어쩌다 보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하니.

꽤나 노는 것을 잘하고 있잖아?

나 자신 칭찬해.


잘했어 라이코스-!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17화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