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고단하니 꿈도 요란하다.
요란한 꿈에 경미한 발작과 함께 새벽에 잠이 깨버렸다.
무서운 꿈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오싹한 기분이 든다.
눈을 뜨고 옆을 바라보니 집안으로 비치는 가로등 불빛 사이로 고양이의 푸짐한 등이 보인다.
등을 한번 쓰윽 만지니 돌아보면서 냐앙하고 눈을 한번 깜박인 후 다시 밖을 보는 나의 고양이다.
저 푸근한 등을 계속 보고 있자니 뭔가 안심이 되며 눈이 스르륵 감긴다.
아침이 되어 일어나 밥도 먹고 놀기도 하고 다시 자러 들어간 고양이는 미동이 없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침대에서 '으으응' 소리가 들린다.
요즘 계속 같이 있으니 약간 응석받이가 되긴 했지만 소리가 조금 다르다.
보니 경미한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
악몽을 꾸고 있는 중이다.
길고양이 출신인 나의 고양이는 우여곡절이 많은 친구다.
서열이 낮아 다른 고양이들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두들겨 맞고 다녔다.
같이 한 번쯤은 싸울 법도 한데,
자신보다 작은 고양이가 다가와도 배를 보여주는 그저 한없이 착한 고양이는 언제나 도망 다니기 바빴다.
그래서인지 집에 온 초반엔 악몽과 발작이 잦았다.
24시간 긴장상태로 살다 보니 편하게 자본적이 없어서겠지.
잠을 자다가 갑자기 놀라서 뛰어가 숨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고단했을 어린 날의 길생활이 보여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발작이 시작될 때마다 매번 손바닥을 살포시 등에 올려 체온을 전달해 주고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는 많이 좋아져서 한 달에 한 번도 없는 날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악몽을 꾸면 그날은 하루 종일 앙앙거리며 졸졸 쫓아다닌다.
우리 집은 여름에도 극세사 담요가 꺼내져 있다.
아침잠을 잘 때 꼭 담요로 덮어줘야 자는 고양이가 있다.
침대 위, 덮여있는 담요 위로 떨림이 보인다.
나는 손으로 더듬더듬 찾아 고양이의 등을 쓰담쓰담해준다.
'괜찮아. 나 여기 있어. 더 자도 돼.'
조용하고 차분한 어조로 계속 말을 걸어준다.
내가 옆에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더 세차게 응응거린다.
그럼 계속 괜찮다며 하나도 무서운 거 없다고 얘기해 주며 쓰다듬는다.
으응응이 점점 작아지고 다시 쌔근쌔근한 아주 작디작은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숨소리가 편안해지고 몸에 긴장이 풀린 게 눈에 보이니 나도 마음이 놓이며 조그맣게 혼잣말을 해 본다.
'밤에 지켜줘서 고마워. 낮엔 내가 지켜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