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을 돌며 곳곳에 채워 넣어야 할 것들을 정리하는데 금방 끝이 나버린다.
예전엔 물건을 구매할 때 그냥 필요해서 그때그때 주문을 했다.
정착하지 못하고 이 제품 저 제품 사용했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지 못해 그냥 써본 거 쓰자 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세일하는 것 가성비가 좋은 것을 찾다 보니 쇼핑을 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 제품 저번에 쓰고 잘 맞지 않았는데 왜 또 구매했지?' 하다가 막상 다른 것을 또 구매하려다 보니 성분 보고 리뷰 보고 가격비교하다가 지쳐 그냥 쓰던 것 쓰자 하며 재구매했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결국 그 제품은 쓰다가 손이 안가 소비기한을 넘겨 쓰레기가 되었다.
제품을 버리면서 나는 물건의 목적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썼던 물건 중 마음에 드는 물건 목록을 작성하고 아직 정착하지 못한 제품들에는 사용해 봤던 브랜드와 후기를 짤막히 적어 메모장에 보관했다.
그리고 제품을 쓰는 이유를 적어보았다.
예를 들어 과탄산소다는 세제로서 주방 청소와 빨래에 요긴하게 사용된다.
기름때와 표백에 아주 좋고 화합물이기 때문에 브랜드 차이가 없어 저렴한 걸 구매하면 된다.
쉽게 구할 수 있고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구매 가능하다.
(요즘은 편의점에도 있다.)
모든 물건의 목적을 적어나갔다.
물론 하루 이틀로 끝날 수 없는 문제라 나도 일하며 주말에 한두 개씩 작성했고 몇 개월이 지나니 윤곽이 보였다.
이렇게 기록을 하니 정말 필요한 물건과 조금 편리해서 그냥 사용하고 있는 물건으로 갈라진다.
더 이상 재구매를 하지 않게 되는 물건이 많아졌고 필요 없는데도 계속 안고 있던 물건들은 다들 당근으로 갔다.
제일 좋은 건 쇼핑하는 시간이 줄었다는 거다.
목적이 정확해지니 인터넷에서 이리저리 휩쓸릴 이유가 없다.
물건을 구매할 때 10분을 넘기지 않는 건 아직도 즐겁다.
(예전엔 뭐 하나 살 때 이것저것 찾아보느라 하루종일 핸드폰을 들고 살았다.)
정리하는 시간도 많이 줄고 솔직히 이젠 정리할 것도 별로 없다.
서랍장의 빈 곳을 보니 그냥 기분이 좋다.
오늘 보니 기특햐.
아주 칭찬햐.
이제 먹는 것만 조절하면 되겠어.
근데 아.. 오늘은 떡볶이가 아른아른이야.
기특하니까 떡볶이로 칭찬해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