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벚꽃
*춘추 벚꽃
꽃살문에 핀 꽃
그 수를 헤아리다 절집 마당을 천천히 걷다 만나는 나무
금목서 향기를 등에 업고 손톱만 한 꽃이 피어난다
위아래 할 거 없이 입을 다물지 못하는 인파 속에
나도 놀라
대웅전 꽃살문을 쓰다듬던 손가락을 들어
가만히 가지를 흔들면
전설 같은 가을 벚꽃이 뱅그르 이파리를 떨구는,
단풍 드는 가을 내소사에 가면
맞배지붕 처마 귀퉁이에 매달려 하루 내 흔들리는 풍경소리와 합을 이루며
봄날을 그리워하는 나무 한 그루 또 꽃을 피우나니
밀물들 듯 햇살 밀려오는 가을 한낮
오래 잊었던 사람 하나 생각날 즈음
빈손 내밀어 깍지 끼고픈 마음에 진저리칠 때
그 마당 그 나무가 눈에 밟힌다
*내소사에 있는 벚나무로 가을 초입에 꽃을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