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말, 살아 있다
앞발 잘린 짐승이 굴을 파내고 굴에 눕고 그곳을 구덩이라 믿지 않고 맨 밑바닥까지 가기를 원하고 잘린 앞발은 보송보송 상냥한 특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는 구덩이를 꿈꾸고 그 바닥에 눕기 위해 많은 것들을 소명한다 따뜻함을, 교환하지 못하는 약속을, 일종의 거짓된 가련함과 냉기의 상대성을, 그 모든 것들 열심히 욕망하는 잘린 앞발 그리고 그 앞발에 물든 풀색의 인생을 살아 보려다가 깨어나고 축복은 소실된다 유추된다 감경된다 청구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할 수 없으므로 여전히
미래는 비장소에 있다
산불도 모조리 태우지 못한 잡초와 구덩이 속
자라나는 의구심
한 무더기의 발톱
구덩이 속 구를 구석이 있기를 기도한다 미끄러져 당도한 구석이 따뜻하길 염원한다 나를 할퀼 뿌리 깊은 것들이 녹아내리기를, 물든 마음이 도래하길, 기증받은 앞발을 이식하자 뒷발을 잃었다는 고지가 흘러내리길, 맘껏 다듬어지길, 매끈한 몸을 가지고 탐험을 시작하길, 다만 구덩이 속이 결코 따뜻하지도 조용하지도 않다는 하나의 사실로부터 아, 아무도 그것은 주문하지 않았다 불리함의 신화는, 버석버석 날숨과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 들숨이 반복된다 준용된다 번복된다 그러므로
앞발을 잘라라
모든 것은 재현이다
그런 말을 무수히 들었다
감경되었으므로 첫 판결에 대한 이의 제기는 각하된다
뒷발도 잘라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온다
줄줄이 굴러 떨어지는 털짐승이
모든 것이
살아 있다,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