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차무 Aug 08. 2024

일상 속 단상

초당 옥수수 푸딩

초당 옥수수 푸딩이 상했다. 맛도 보지 못한 채 버려야 했다. 평소 좋아하던 디저트 집에서 기획한 여름방학 패키지의 구성품이었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 그림의 떡이 된 것이 바로 '방학'이다. 대한민국에서 빡빡한 학창 시절을 보냈던 세대라면, 방학은 곧 추억의 한 페이지일터. 그때의 낭만이 그리워 나는 여름방학을 돈 주고 산 것이다. 이동 중 뜨거운 햇빛에 녹아버린 초당 옥수수 푸딩을 냉장고에 넣으면서, '단단해지면 먹어야겠다' 생각했지만, 그만 잊어버렸다.


 여름방학이 내게 배달되는 그 기간을 굉장히 고대했다. 어떤 방학이 올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방학은 내게 그리 간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 최근 늘어난 소비에 대해 생각했다. 소비를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기다림에서 파생된 설렘을 느낄 때. 그때였다.


내가 구매한 것은 물건이 아니라 설렘이었다. 


물건이 도착했을 때의 만족감으로 삶이 다채로워졌냐고 묻는다면, 글쎄? 열심히 도토리를 모아놓고 뿌듯해하다가 이내 까먹어버리는 다람쥐 같은 삶. 스스로 일상에 이벤트를 만드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설렘의 양을 따라오지 못하는 만족감을 마주하면 또 다른 파생 소비가 이어졌다. 설렘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절제가 곧 자기 사랑의 시작이라는 말이 많이 와닿는 요즘이다.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설렘과 만족감에 집중해야겠다. 설렘의 가면을 뒤집어쓴 도파민을 피해 가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이 글을 쓰면서도 뽕따 스무디가 먹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