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왔지요.
최고관리자와 일대일 밥을 먹은 적이 있다.
긴장은 됐어도. 신났다.
무슨 얘기를 하실지, 뭐를 먹을지,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다.
이동하는 길에 부모님 중에 누구를 더 닮았냐는 질문에
성격은 아빠에 더 가까운 것 같고, 엄마도 닮았고,
두 분의 장점만 닮으려고 했던 것 같다.
외적인 건 엄마를 닮았다고 말씀드렸다.
도착한 식당에서 그때도
"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일까요?"
질문했다.
그랬더니 회사 내 언니들에게 물어보라 하셨다.
나에게 회사에 아는 언니는 없는데..?
다 상사분들이라 어려운데
나는 최고 상사분께 이런 질문을 했다니 내가 생각해도 골 때린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냐고 여쭤봤더니.
좋은 사람들과 밥 먹고, 운동하신다고 하셨다.
생각해 온 질문이냐고 하셨는데
그냥 궁금했다.
최고관리자는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 어떻게 푸실지.
그 뿐이었다.
팀은 잘 맞는지.
해보고 싶은 팀은 없는지.
(* 아동팀을 해보고 싶다 했다. 근데 유일하게 내가 못 해본 게 아동관련된 사업이다.)
이런 질문을 해주셨던 것 같다.
동기들 중엔 누구랑 친한지.
(* 그 때당시 22기 동기들하고 단톡방이 있었지만 언급하지 않았다. 만난지 서로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런 톡방이 있는걸 내 입으로 말하면 그건 내 발등에 작은 도끼를 하나 찍는 것과 다름 없어서 자주 모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근데 우리는 퇴사자가 생기면 서로 파티도 해주고, 새출발을 응원해주기도 하고. 건전한 톡방이었다. 사내 험담이나 그런것 보다도, 서로 어떤게 어려운지 그리고 실수한 날에는 서로 정서적지지 해주면서 실수 경험담을 나누고, 그걸로 위안을 받았던 톡방이었다. 그거는 내가 자신한다. 지금은 다 파토 났다. 나쁘지 않다. 다만 그 때의 그 시절 우리의 단톡은 신규 입사자들의 건전한 단톡이었음을 자신한다. 나만 그런가?)
(* 누구랑 친한지 물은 질문에 나는 유일한 입사 동기를 말했고 그 밖에 다른 친한 친구들도 말했는데 꼭 일본 순사같은 남자 동기는 자기 이름이 왜 뒤에 나왔냐며 투덜되긴 했지만, 같은 엔프피 입장으로써 너의 이름을 가까운 순서에 말하기엔 우리는 너무 접점도 없거니와 사회생활하면서 이성과 친한 티를 내는 건 괜히 득될게 하나도 없다.나만의 룰이라면 사내연애는 딱 질색. 같은 직군끼리 만나는 것도 꽤나 골치 아픈일이다. 내 기준이다. 또 사내연애 커플이나 부부님들 화내지마세요..)
(* 이 질투쟁이들은 피곤하다. 그때 당시 내 1순위는 당연 그 당시 만났던 남자친구였을 테고, 나머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까 다들 연애를 하거나 부부님들 자기 가장 소중한 사람을 1순위로 두세요. 그게 평판에든, 아님 뒷탈도 나지 않습니다.)
밥을 먹고 카페를 갔다.
그 때 당시
내 사수 선생님이 내 손톱에 직접 네일아트를 해주셔서 그게 기분이 좋아서
회원분들에게도 네일아트 경험을 해드리는게 어떨까요?
했다가
혼났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은 네일아트를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셨다.
ㅡ_ㅡ
그걸 나는 모르는 게 아닌데.
그냥 내가 받아봐서 좋았으니, 회원분들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근데 네일아트는 비싸니까
네일아트 잘하는 직원이
네일아트 하면서 상담을 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0.5초 지나가서 그냥 드린 말씀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음..
그럴 수 있겠구나 싶다.
보통 미용실, 네일아트 샵
많은 이야기가 오고간다.
상담은 딱딱한 공간에서 집중해서 이루어질 수 도 있지만.
모든사람이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생각해본게
이 문턱을 넘기 어렵다면 이왕이면
편하게? 다시 오고싶게?
물론 상업적인걸로 변질되면 안되는 거지만.
아무튼 그랬다.
나는 깨갱했고,
그렇게 돌아왔다.
(* 그래서 나는 연말에 그 직장을 퇴사하기 전에 연말 행사에 나와 함께 일했던 동료가 네일아트에 관심을 가져서 "어? 네일아트하는 코너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여자라면 손톱에 한 번 끼를 부려부는 것도 기분전환도 되고 좋지 않을까 싶었다. 왠걸 요즘은 남자들도 큐티클제거라고 하던가? 아무튼 남녀 상관없이 본인 기분전환하는 게 죄는 아니니까. 그리고 꼭 여유가 있어야지만 꾸미나? 그런 생각은 조금 내려놓자.
미용실이든, 네일샵이든, 수다 떨면서 치유되는 부분들이 있다.
꼭 상담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다.
어느 곳이든 사람은 죽을 수도, 살려 낼 수도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게 최고 관리자와의 일대일 식사였다. 그 후론 없었다.
그 후에 언제 한 번 최고관리자가 운전하는 차에 탄 적이 있다. 짧은 거리였지만.
(* 내 차를 직접 운전하셨나? 아니 생각해보니 내가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앉으셨다.
분소에서 본소로 이동하는 거리였다.)
회사를 점점 다녀보니 최고 관리자와의 시간이 부담스럽거나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 초반에는 무서울게 전혀 없었다. 왜냐면 면접 때나 무서웠지만
최고관리자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회사 내 가장 의지해야할 존재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겁이 없나?)
(* 번외로 웃긴 썰을 또 풀자면. 나는 입사하고 개인 컵이나 텀블러를 챙겨가지 않았다.
입사 한지 하루였나 이틀차였나? 기관 라운딩을 하면서 물 마시는 곳을 안내 받은 후
목이 말라서 갔는데 컵들이 다양하게 놓여져 있었다.
거기서 나는 제일 마음에 드는 컵으로 한국어가 적힌 머그컵이 있길래
그걸로 물을 떠다가 조용히 홀짝 마셨는데,
그 때 옆에 앉은 내 사수 선생님인지 누군인지 잘은 기억 안나지만
"소연 쌤, 혹시 그 컵 누구 컵인지 알고 마시는거예요?" 하셨다.
나는 해맑게 아 이거 주인 있는 컵이냐고 물었다.
바보 아닌가? 왜 주인이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냥 방문객 또는 자율 컵인줄 알았다.
종이컵을 못찾아서 그랬다.
그리고 마시고 나는 설거지를 해둘 생각이었다.
"아니요.! 누구껀데요?"
"그거 최고 관리자님 컵이예요."
바로 물을 뿜을 뻔 했지만 고대로 바로 까치발을 들고
설거지하러 화장실로 갔다. 죄송합니다. 그 뒤로 개인 컵 챙겨갔습니다..)
하지만 어렵진 않다.
하고 싶은 말 하는 스타일이기에.
아무튼
요새 일은 어떤지.
할만한지.
그러나 불쑥 하시는 말씀.
"내가 너무 직원을 힘들게 하나?" - 최고 관리자
의외였다.
최고 관리자도 고민을 할 수 있다곤 생각했지만
그런 모습을 본건 처음이었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아니요?!!!!!!!! 회사에 일하러 오지요? - 나
솔직한 마음으론 힘든 것도 반, 보람 찬 것도 반
일 다운 일을 하는 것이고,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라 말씀드렸나..
뭐라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은 잘 안나지만.
이 만큼 했기에 우리 조직이 이만큼 되지 않았을까요?
라고 말씀드렸던 것 같다.
고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아무튼..
최고관리자도 힘들다.
최고관리자도 고민을 한다.
최고관리자도 직원에 대한 마음이 있다.
그 뒤로 내가 점점 예민해지면서
일이 힘들어지니 최고관리자가 미운적도 있었다.
"최고관리자는 편한거 아니야?"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직원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듯이
최고관리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