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브런치에선가(확실치는 않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죄다 농사짓고 사는 줄 알았다는
어떤 서울분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예전 서울에서 직장생활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서울 토박이인 직장동료가 본가가 어디냐고 물어 어디라고 말했더니
'광역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시골에서 왔네"라고 하길래
서울 사람들한테는 '지방=시골'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적이 있다.
나는 지금 일부 서울 사람들의 지방에 대한 '촌'스러운? 인식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지방은 그런 오해를 받을 만큼 일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일찍부터 지방에는 가족이 있고, 서울에는 직장만 있어
직장을 다니자면 가족을 떠나야 하고, 가족과 있으려면 취업을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보통의 지방러들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40대 후반에 접어든 지금까지 해결 안 된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지방이라고 일자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임금의 서비스나 영업직이 태반이라는 게 문제지.
특히나 내가 쭉 경력을 쌓아온 미디어 쪽 일자리는 잘 없기도 하거니와
있다 해도 연봉이란 것이 서울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낮았다.
서울과 지방의 공통점이 있다면 나처럼 나이 든 여자를
굳이 연봉을 올려주면서까지 쓰고 싶어 하진 않아 한다는 것. 그 정도일 것 같다.
어쨌든 그간의 경력을 살려 일하자면 서울로 눈을 돌려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덜컥 일자리가 구해져도 문제인 것이
엄마와 댕댕이를 두고 내가 떠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5년 전 퇴사와 함께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본가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엄마 곁에서 대학원 다니며 재충전하다가
돈 떨어지면 다시 서울 가서 벌면 되지 뭐, 하고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그때와는 달리 엄마는 더 늙으셨고, 또 댕댕이라는 혹(?)까지 생긴 마당이니
그야말로 "들어올 때는 내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때는 아닌" 형편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앞다퉈
지역균형발전이니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 같은데
그것은 공약이 아니라 공염불이었던 건지
나는 그것의 실체를 본 적이 없고, 이 정부 하는 꼴을 보니 앞으로도 그럴 것만 같다.
그래도 이 말은 하고 싶다.
지방에선 답이 없고 서울살이는 부담인 지방러들의 고충을 좀 알아달라고.
'만약'이란 없는 건데, 만약 내가 지방이 아닌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이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때도 수시로 고개를 쳐들던 생각이었다.
매달 나가는 '비싼 월세'와 본가에 내려갈 때마다 깨지는 돈 앞에서 나는 진정 서울러가 부러웠다.
나보다 월급이 적었던 서울러 C차장은
모르긴 몰라도 나보다 훨씬 많은 돈을 저축했을 것이다.
전업 작가를 꿈꾸는 나, 그것은 글을 잘 써서가 아니라
서울이라는 비싸고 복잡한 세계에 발 담그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다가 그리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글은 깡촌에서도 쓸 수 있고, 무인도에서도 쓸 수 있고,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쓸 수 있다.
내가 어딘가로 가지 않고, 내가 있는 곳으로 세상을 불러들이는 일,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이자 작가의 일이다.
'돈 버는' 작가가 되기 위해
각종 공모전과 지원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곳에 있을 자유를 획득하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거푸 떨어지고만 있으니
5년 새 늘어난 내 몸무게만큼이나 마음도 무겁다.
지난 주말, 엄마 그리고 댕댕이와 함께 화순 남산공원에 다녀왔다.
안 해피한 요즘이지만, 공원을 돌다가
"HAPPY DAY ―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라고 써진 포토존 글귀를 보고선
좋은 일이 생기려고 내가 여기와 이 글을 만났나 보다 하고 생각했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떠나지 않고 머무르며..
뭔가를 할 수 있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쓴 다음 날 좋은 소식이 좀 있었습니다.
지원했던 곳에서 1차 합격 소식을 전해주셨거든요.
(계속 떨어지기만 했던 터라 1차 통과만으로도 기분이 매우 좋네요^^)
최종심사에 붙든 떨어지든 담주는 그 후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혹시 실패담이 되더라도 보아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