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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림 Nov 02. 2024

떨어지고 싶지 않다. 날아오르고 싶다!

떨어질 걱정 대신 날아오르기를 꿈꿉니다

모 창작지원사업 웹소설 부문에 지원해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게 지난주의 일이다.

이번 주엔 최종적으로 당락을 결정짓는 발표 심사가 있었다.  

   

내 작품을 왜 뽑아줘야 하는지를 심사위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하는 일로

나는 오랜만에 ‘긴장’이란 걸 했는데, (발표 전) 대기실에서부터 시작된 그것은 

발표장에 들어섰을 때 정점을 찍었다.          


긴장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심사위원들을 그냥 옆집 아줌마, 아저씨로 생각하자’라고 하며

발표장에 들어섰건만, 심사위원들이 전혀 아줌마, 아저씨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심사위원 중에는 조카뻘로 보이는 젊은 청년도 있었다.

쓸데없이(?) 예리한 눈빛으로 나를 보던 그 청년, 아마도 현업 작가였지 싶다.

     

예리한 눈빛의 청년 포함, 일곱 명이나 되는 심사위원들의 눈길이

나에게 집중되다 보니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받을 때처럼 얼굴이 화끈거렸고

간만에 한 화장이 실시간으로 붕 뜨는 게 느껴졌다.     

마이크에 대고 발표를 하는데 내 소리가 큰지 작은지 가늠할 수 없었고

말하는 속도가 느린지 빠른지 혹은 적당한지도 알 수 없었다. 

내가 저들(심사위원들)을 잘 설득하고 있는 건지는 더더욱 알 도리 없었다.

내가 하는 말이 그저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었기를 바라며 발표를 마쳤고 

심사위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웹소설 써 본 적 있으세요?"   

       

"과업기간까지 ○○화 분량을 쓴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쓰실 수 있겠어요?"  

        

"웹소설은 주로 킬링타임용인데, 그러기엔 이야기가 너무 무겁지 않나요?"   

   

"제목이 좀 모호한 것 같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을 안 하고, 표정으로 말하는 심사위원도 있었다.

내가 아닌 나의 발표 자료를 보고 있던 그 심사위원은

분명 ‘이거 요즘 트렌드 아닌데...’ 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심사위원들의 질의에 성실히 답했다.

잘 모르겠는 아리까리한 질문들엔 "그 부분에 대해선 

좀 더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라는 말로 여지를 두었고

내 이야기 속 사건들이 너무 무겁다는 의견에는

블랙코미디적 톤으로 무겁지만은 않게 이야기를 끌어갈 계획이라는

(전혀 계획한 바 없는) 급조된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급조된 답이든 준비된 답이든 심사위원들에게 어떤 확신을 주진 못한 것 같았다.

발표장 안의 공기는 뜨뜻미지근했고, 심사위원들의 반응이란 것도 그러했다.     


질의응답까지 모두 마친 나는 종종걸음으로 발표장을 빠져나왔다.

문밖에서 안내를 보던 담당직원이 심사결과 발표는 다음 주 중에 있을 거라고 말했다.       


붙을까? 떨어질까?

붙는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그쪽으로 돌아갔고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발표하며 덜덜덜 떤 것에서부터 

발표 뒤 이어진 심사위원의 질문에 중언부언했던 것만 떠오르는 것이 

영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생각은 나조차도 내 스토리에 대한 확신, 장악력이 없었다는 반성으로 이어졌다.

반성은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낳았고, 걱정은 ‘붙기만 한다면 

내 창작활동은 힘을 받을 것이니 제발 붙고 보기를...' 하는 바람으로 바뀌었다.     


배가 좀 아팠다. 긴장한 데다 재킷을 뚫고 나올 것만 같은 뱃살을 감추느라 

발표 내내 배에 너무 힘을 주고 있었던 탓이리라.     


배 아픈 건 발표장을 벗어나 집에 돌아온 것만으로 나아졌다.

또 아플지 모르니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나를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섣부른 기대가 더 큰 실망감을 안겨준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날개가 없다는 주제파악은 뒤로 하고 당장은 날아오르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아직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건... 상상의 영역이 생긴다는 점에서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다음 주 나락으로 떨어질지언정 나는 오늘 날아오르는 꿈을 꾼다. 높이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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