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김성신/ 조경

by 김성신 시인 Mar 10. 2025

조경

김성신



침묵은 뿌리와 가깝습니다


솔잣새 딱새 황조롱이 아침을 건너갈 때

고개를 똑바로 들거나 손으로 입을 가려

안성맞춤의 거리는 백 미터죠


에스토니아에서 딱 하나를 가져오라고 한다면

라헤마 숲에서 부는 바람 소리일 텐데

철제무기로 무장한 무사, 농노의 발자국 그림은 겨울이 길어지죠


바투 심어버린 막막함이 크게 자라 일조량 작아지면

살아가기 위해 끈질기게 번성하는 그늘을 조성하는

기분 속에서 자라나는 꽃나무들


여기에서 저기로 어른거리고 사무치고

층층나무 표정처럼 훤히 들여다보여

잊는다는 것은 주문을 외듯 덜어낼 수밖에요


자른다 시작 없는 끝을

울타리 없는 밖을

밟혀도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그림자를

아무리 달라붙어도 질주하는 이름을


도처에 비탈이 있어 무시무시한 계획인 걸

원죄처럼 빽빽한 밀림

흔들리는 잔상을 변주하며

머리를 하늘로 치켜 올린 정오를 힘껏 달아나죠


상처 안은 따듯하니 많이 놀러오세요

한동안 살아있을 어떤 기분은

풍경 없이도 조경됩니다


《세종문학》(2024, 여름호)

작가의 이전글 김성신/ 마블링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