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무엇이든지 양 극단 사이의 스펙트럼이 넓다.
일상생활에서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음식이다.
도착 첫날 저녁, 한국인 교환학생 세 명과 일본인 교환학생 유리와 함께 캠퍼스타운에 있는 판다 익스프레스에 갔다.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미국의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에 대한 온갖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경계심을 잔뜩 가진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베이스는 야채로 선택하고 메인은 브로콜리 앤 비프로 선택했는데도 소스에서부터 기름기가 흘렀다.
결국 대부분을 남기고 기숙사로 돌아오며 앞으로의 식생활에 대한 걱정이 차올랐다.
일리노이 대학교에서는 기숙사에 입사하려면 밀플랜을 신청해야 한다.
세 군데의 다이닝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권과 카페나 편의점에서 사용하는 다이닝달러를 매주 지급받는 형식이다.
다이닝홀은 모두 뷔페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후기를 찾아봤을 때 물린다는 평이 많아서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식사하러 갔다.
뷔페는 샐러드 바와 브레드 바를 비롯해서 피자 코너와 그릴 코너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샐러드 바에는 야채믹스와 당근, 방울토마토, 오이, 양파, 옥수수 등의 채소뿐만 아니라 달걀, 두부, 견과류처럼 토핑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바나나와 오렌지, 사과 등 생과일이 가득 담긴 바구니도 놀라웠다.
반면 다른 코너에는 각종 피자와 소스에 절인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줄지어 있었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다른 쪽에서는 햄버거를 만들었다.
디저트 코너에 있는 케이크에는 설탕이 통째로 한 봉지쯤 들어간 것 같았다.
건강하게 먹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극적인 음식도 제한 없이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오로지 너의 선택에 맡길게,라고 말하는 듯했다.
건강식이라는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종교와 가치관을 고려한 여러 선택지는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메뉴명에는 거의 늘 할랄 표기가 되어 있었고, 매 끼니마다 비건 음식이 반드시 한두 가지 이상 나왔다.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코너는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대학교의 학식당이라는 장소는 그 대학이 속한 사회의 인식을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장소인데, 한국에서는 한 번도 학식당에서 할랄 메뉴나 비건 메뉴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미국과 한국이 인식하는 다양성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른지 드러내는 듯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스펙트럼의 끝과 끝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가 우리에게 보장된 자유의 범위를 보여주는 단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