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 주립대학교는 세 개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다.
그 중 내가 교환학생으로 파견을 간 곳은 어바나와 샴페인이라는 두 도시에 걸쳐 있었다.
샴페인은 미국에서 가장 나무가 많은 도시라고 한다.
나무뿐만이 아니라 덤불과 잔디밭도 정말 많았다.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는 수준의 보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잔디로 채워진 느낌이었다.
메인 쿼드와 사우스 쿼드 같은 잔디 광장에는 공원처럼 넓은 잔디밭이 있었다.
온통 초록색인 풀밭에 앉아 책을 읽으면 영화에서만 보던 미국 대학생 느낌이 날 것 같았다.
함께 파견을 온 친구들을 만나 학교를 구경하면서, 한국을 떠날 때의 불안감이 조금씩 옅어지고 설렘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옥수수밭이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샴페인으로 가는 3시간 내내 창밖에는 옥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저런 곳에서 길을 잃으면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공존하는 한국에서 살다가 드넓은 평지를 보니, 말로만 듣던 미국의 땅덩이가 피부로 와닿았다.
캠퍼스의 크기는 연세대학교의 4배 정도인데, 서대문구와 비슷한 크기라고 했다.
내부에 캠퍼스타운이라는 식당과 카페, 술집, 마트가 줄지어 있는 상점가가 있고, 시내버스 정거장이 10개가 넘을 정도였다.
면적이 넓을 뿐만 아니라, 건물들이 낮고 서로 널찍하게 떨어져 있어서 탁 트인 느낌이었다.
땅에 비해 사람이 적으니 인구 밀도가 낮아서, 횡단보도를 건널 때 버튼을 눌러야 신호가 켜지는 것이 신기했다.
이 나라는 질보다는 양을 선택한 게 아닐까?
중세 시대에 썼을 것 같은 낡고 먼지 쌓인 기숙사 방에서 이불을 덮으며 생각했다.
기숙사로 배달이 안 되는 바람에 근처 드럭스토어에서 픽업한 이불이었다.
뱃속에는 저녁으로 먹은 판다 익스프레스의 기름진 음식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국에 있었던 내가 바다 건너 있는 나라에 누워 있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내일은 월마트도 가고, 다이닝홀도 가보고, 도서관도 구경해야지.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다 보니 시차가 무색하게 금세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