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겨울바람에 따뜻한 기운이 묻어나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입학식 날이었다.
주변에 눈에 익은 몇몇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들 중에서 수학학원에서 봤던 그녀가 눈에 띄었다. 나를 힐끔거리며 얼굴을 붉히던 그녀는 그 후로 학원에서는 볼 수 없어 안 그래도 매우 궁금했던 참이었다.
그녀도 나를 발견했다. 그녀의 시선이 내 얼굴에 닿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분명 내 얼굴은 목까지 벌겋게 달아올라 있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조심스럽게 그녀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녀도 재빨리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시선을 피하는 게 아닌가.
아, 아크네스. 그 순간 난 보고야 말았다. 머리카락으로 가린 그녀의 양쪽 볼에 선명한 너의 모습을…. 아크네스, 넌 이 순간도 안드로겐 호르몬을 마구 뿜어내고 있는 열일곱 살의 우리와 함께하고 있었다.
나는 낯선 강당에서 교장 선생님의 입학 축하 훈화를 들으며 앞으로 어떻게 너와 함께 잘 지낼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의 공생관계는 지속될 것이며 아슬아슬한 밀당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