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고등학교 입학식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 학교는 남녀 공학이었지만 합반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얼굴로 교문을 통과하고 복도를 지나 교실로 들어가는 상상만 해도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겨우 잠이 들어도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을 꾸거나 모두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화들짝 놀라 잠이 깨기 일쑤였다. 거울을 바라보는 것조차 싫었다. 소화도 잘 안되고 입맛도 사라졌다.
아크네스, 난 네가 미웠다. 너는 왜 이렇게까지 나를 불행에 빠뜨리는가. 네 존재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인가. 너는 왜 그렇게 집요하게 살아남는가.
나는 곧바로 검색 창에 ‘P. 아크네스’ 너의 이름을 입력했다. 작고 하얀색 애벌레 모양의 박테리아는 의외로 귀여웠다. 그 모습은 블랙헤드 여드름을 짤 때 쏙 나오는 길고 하얀 알갱이와 닮았다. 사춘기 청소년의 약 85%에서 여드름이 발생한다는 문장을 읽고 나는 잠깐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의 한숨이었다. ‘여드름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며, 가족력이 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부문에서 내 시선이 멈추었다.
아크네스, 너도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다 내 유전자 때문이라고, 네가 이렇게 강력한 생명력을 갖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고. 너는 원래 해로운 박테리아 들의 군집 형성을 막고, 다른 세균으로부터 내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과학적 정보를 통해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내 여드름 문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나 자신이 어떤 생물학적 특성을 가졌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몸과 정체성에 대해 깊은 통찰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