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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영 Oct 26. 2024

P.아크네스

9화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유전자 탓하는 걸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아크네스, 너와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네가 날 떠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나와 함께 계속 살아가야 한다면, 나 또한 최선을 다해 내 얼굴을 지키리라!


미지근한 물로 하루에 두 번씩 꼼꼼하게 얼굴을 씻고, 외출할 땐 항상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며 햇빛으로부터 내 피부를 보호했다. 중학교 이후로는 아침 식사를 건너뛰었는데 꼬박꼬박 하루 세 끼를 챙겨 먹었고, 정기적으로 피부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밤새 게임을 하던 습관은 버리지 못했지만, 자정이면 컴퓨터를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학원에서 졸던 것도 많이 줄어들었다. 수학 선생님이 자주 하시던 ‘눈을 감으면 깜깜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도 더 이상 듣지 않게 되었다.


아크네스, 너와의 아슬아슬한 동거는 그렇게 계속되었다. 너는 잠시 한눈팔 새도 없이 시시때때로 너의 존재를 드러냈고, 그때마다 난 압출로 강경하게 대응하기도 하고 진정 팩으로 너를 살살 다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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