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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영 Oct 26. 2024

P.아크네스

6화

곧바로 나는 치료실 침대에 누웠다. 

낯선 손이 내 얼굴의 번질번질한 기름을 닦아내더니 따뜻한 수건을 얼굴 위에 올려줬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평화롭고 포근했다. 


낯선 손은 내 얼굴을 다시 한번 부드럽게 쓸어내리더니, 이내 ‘압출’을 시작했다. 바늘로 피부를 살짝 찔러 여드름을 터뜨리고는 무자비하게 힘주어 꾹꾹 눌러 짜냈다. 피지와 고름이 터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 고통 속에서도 어딘가 모를 희열이 느껴지면서 목구멍에서 신음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러내리며 머리카락으로 스며들었다.

“아이고, 학생 잘 참네. 거의 다 됐어. 조금만 더 참자.”

낯선 손은 그러고도 30분이 넘도록 압출을 멈추지 않았다. 낯선 손도 지쳤는지 가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크네스, 너는 그렇게 잊을 수 없는 통증을 남기고도 사라지지 않았다. 내 얼굴에 온통 울긋불긋 상처들만 남긴 채 너는 여전히 호시탐탐 기회만을 엿보고 있는 듯했다. 붉게 달아올랐던 피부가 조금 가라앉는 것 같더니 그 자리에 하얗게 각질까지 일기 시작했다. 


이런 얼굴로 밖에 나가기도 싫어 집에만 머무는 시간이 늘어갔다. 어쩔 수 없이 학원에 가야 할 때면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길을 가는 사람들이 모두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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