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는 계절과 함께
신기하지요. 그렇게 매서운 겨울을 지나왔건만, 봄은 여전히 잊지 않고 찾아옵니다. 차디찬 땅속에서 아무 말 없이 기다리던 꽃봉오리가 어느 날 '톡' 하고 얼굴을 내밉니다. 마치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속삭이듯 말이지요.
나는 그 작은 소리에 마음을 뺏깁니다.
오래도록 참고 견디던 것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게 꼭, 우리네 삶 같아서요.
춥고 고된 계절이 지나가고,
그 안에서 무언가는 조용히 자라고 있었던 거예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게 아니었어요.
그저 아직 피어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뿐이죠.
삶이 그럴 때가 있어요.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고,
정체된 것 같고,
왠지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처럼 느껴질 때.
하지만 봄은 알려줘요.
그 모든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그 깊은 겨울 속에서도 꽃은 피어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라고요.
그래서 요즘 나는,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말해줍니다.
조금 멈춰 있어도 괜찮다고요.
꽃도 한순간에 피는 법은 없으니까요.
우리도 그렇게,
조금씩 피어나면 되지 않을까요.
언젠가 누군가의 계절 속에서
“톡, 이 봄 같은 사람이었지” 하고 기억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