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조건이나 환경에 맞추어 알맞게 됨
우리의 신혼집은 서울과는 거리가 있었다.
서울과 거리가 멀어질수록
집의 평수는 늘어났고 환경은 좋아졌다.
친구도 없는 낯선 곳이었지만
이곳이 결혼 생활을 시작하기에
좋은 곳이라 생각했다.
이제 그와 한 집에서 같이 일어나고
오늘 만날지 말지 약속하지 않아도
그가 쉬는 곳이,
내가 잠이 들고일어나는 곳이
같은 곳이라는 게 마음 한편에 안정감을 준다.
나에게 결혼은 아침에 부스럭부스럭 눈을 뜨면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
그럼 난 이 포근함이 좋아 벗어나고 싶지 않다가도
그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차리기 위해
몸을 일으켜 세우고
그가 씻고 나오면 함께 마주 보고 아침 식사를 하고
운전하는 길에 지루하지 않도록
과일 도시락을 손에 쥐어주며
그를 배웅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현실이 달라도 이리 다를 수가.
그는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결국 미팅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할 만큼
촉박하게 일어나 씻자마자 옷을 챙겨 입고
허겁지겁 순식간에 집을 나선다.
빈 속에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려 급하게 주먹밥을 만들고
목이 메이지 않을까 아이스커피 한잔을 내려 그에 손에 보낸다.
그의 정신없는 출근 후
집안의 고요함이 갑자기 크게 다가온다.
그리고 적막함을 깨기 위해 난 음악을 틀고
집안일을 시작한다.
허물처럼 벗어놓은 그의 옷을 걸어놓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오늘 저녁은 뭐가 좋을까 고민하며
양손 가득 장을 봐오고
그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생전 해본 적 없는 베이킹을 도전해 보고
그에게 먹음직스럽게 부푼 빵만큼 자랑할 생각에
내 마음도 부풀어 있다.
그렇게 나는 하루를 보내며 그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