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이 텅 빔
남편은 바빴다.
평일에도 퇴근 시간이 불규칙했고 주말에도 일하기 일쑤였다.
결혼하면 무언가를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나는 남편을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고
혹여라도 오늘은 남편이 일찍 퇴근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 시간을 비워놨다.
그런 나의 기다림과 배려가 나를 점점 외롭게 만들었다.
그래도 일과 가정 중간에서 남편은 언제나
나를 위해 빠른 퇴근을 힘썼고,
주말에 일하더라도 오전 내에 끝내려 최선을 다했다.
대부분은 노력으로 끝나는 날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그의 노력을 알기에 그저 고마웠다.
남편은 골프 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평일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밤 10시쯤에 스크린골프에 다녀오곤 했다.
그게 유일하게 그가 하루의 스트레스는 푸는 방법이라 생각해서
나 또한 남편이 다녀오는 것을 늘 흔쾌히 생각했다.
스크린 골프가 끝나고 새벽 1시쯤 되어 남편이 집에 다시 들어오면
이미 나는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남편은 거실에서 새벽 늦은 시간까지
애청하는 프로그램도 보고
어느 날은 컴퓨터 작업도 하다가
혼자서 야식도 시켜 먹고 새벽에 소파에서 잠이 든다.
그게 어느덧 우리 결혼 생활의 일상이었다.
내가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
나는 그 외로움이 익숙해졌고 감정에도 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