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도 내려오고 싶지 않았다
높은 빌딩 옥상
처음 도착해 내려다보았을 때
아찔했다
두 번째 내려다보았을 때
개미처럼 작아진
만물이 우습게 느껴졌고
그다음은......
그곳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우월함을 향해
탁월함을 향해
높아지던 내 시선
다시는 개미같이
작아진 만물의
하찮은 하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잠 못 드는 불안한 밤
신께 매달려
옥상의 자리
지킬 수 있길
두려움의 기도
곤두박질치던 날
하찮아진 날 붙들고
신을 원망해
다시 그저 그런
바닥의 미물이 되어
위를 보았을 때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옥상을 넘어
높고 높은 푸르른 하늘 속
태양이 뿜어내는 햇살
낮고 낮은 곳까지
거침없이 내려와 뻗어가
그 햇살이 향하는 곳
시선을 쫓아가
드넓고 광활한 들판
그 품 속 평안
이후로
높은 옥상과 넓은 들판
무엇 하나 고집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얻어
햇살과 함께라면
위치는 중요하지 않았고
태양과 함께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다
네가 높고 높은 산 위에
네 침상을 베풀었고
네가 또 거기에 올라가서
제사를 드렸으며
(이사야 제57장 제7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