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톱 밑의 가시

by 훈연

나는 사소한 일에만 쉽게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동네 안과가 토요일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에 괜히 화를 내는 것처럼.

“아니, 토요일에 왜 쉬는 거야?
수요일도 오전만 하잖아.
주말에 병원 얼마나 많이 가는데… 아, 진짜.”


나는 그런 소소한 일에 화를 내곤 했다.

구입한 옷과 전혀 다른 옷이 배송되었을 때,
배송되기로 한 날이 한참 지나도 오지 않을 때,
상담원과 배송기사에게 날카로운 말을 던졌다.


밖에서는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한 일에도
입도 뻥긋 못하고 속으로만 구시렁거리면서,
내게 한없이 편하고 그래도 되는 사람들 앞에서는
거르지 않고 감정을 쏟아냈다.


가장 만만한 대상은 가족이었다.
퇴근하고 마주치는 친정 엄마나 아빠,
아이들, 남편.
그들에게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 눈이 부어 있었다.

평소 부종이 거의 없던 터라,
이건 분명 이상 신호였다.
눈이 잘 떠지지 않고 뻐근했다.

응급처치할 약은 없고, 고작 인공눈물뿐이었다.

사실 지난주 토요일부터 눈이 뻑뻑했다.
병원에 가야지 했다가도 ‘토요일 휴무’라는 검색 결과를 보고 혀를 찼다. 다행히 그때는 인공눈물을 다섯 개쯤 쓰고 나니 괜찮아졌다.


그리고 일주일 뒤, 오늘 아침.

눈은 확연히 부어 있었고, 뜨고 있는 것 자체가 피곤해
일상이 힘들어졌다.

하필 오늘은 첫째의 생일파티가 있는 날.
가족 모임 시간이 다가오는데, 코앞에 있는 안과는 쉬고 있었다. 필요할 때 갈 수 없다는 사실이 얄밉고, 화가 치밀었다.

그렇게 구시렁거리던 중, 친정엄마가 말했다.


“거기 토요일 쉰 지 오래야. 의사가 아프다더라.”

“어? 어디가 아파?”

“아마 암인 것 같던데. 머리에 모자 쓰잖아, 머리카락 빠져서 그렇다고…”


순간,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큰 키에 마른 체형, 사계절 내내 머리에 두건 같은 모자를 쓰고 있던 안과 의사.

나는 그저 까칠한 성격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그런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 입장에서만 타인을 판단하고 화를 냈다.

내 손톱 밑 가시가 남의 대들보보다 아프다더니,

나는 결국 내 불편함의 크기로 세상을 재고 있었다.

당장 나의 불편함과 고통이 우선이어서 여과 없이 뿜어내는 날것의 감정.

납득할 이유가 생기자 금세 수긍하는 나의 가벼움과 옹졸함이 부끄러웠다.

결국, 내가 가진 건
한없이 작은 오해와 편견뿐이었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이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이 시처럼,

나 역시 절정 위가 아닌

조금 옆으로 비켜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내 입장에서만,

내 눈앞의 가시만을 바라보며..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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