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 사이
남편과 나는 대학원에서 기독교 상담을 공부하다 만나 결혼했다. 남편은 줄곧 한국에서만 살았기에 영국에서 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아보고 싶어 했다. 나는 1997년 대학 졸업 후 영국에서 어학연수, 유학과 직장 생활을 하며 6년을 살았기에 남편의 유학 제안에 망설임 없이 동의했다. 당시 나는 종로에서 성인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이민은 내게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회처럼 느껴졌고, 남편과 함께 새로운 삶을 설계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점수로 75점만 만족시키면 이민이 가능한 Tier 1 General이라는 비자를 통해 결혼 삼 년 차인 2010년 10월에 영국으로 건너왔다. 부모님은 무슨 돈으로 집을 구하고 학비를 마련할 거냐는 현실적인 질문을 하셨지만 나는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과 함께 시부모님이 자기 아들이 공부하겠다는데 아무것도 안 해주실까 하는 어쩌면 너무 뻔뻔한 마음으로 영국 생활을 시작했다.
곧 시부모님께서 학비를 지원해주시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대학원 진학이 어렵게 되었지만, 정신없이 바쁜 한국 생활에 지쳐 있던 터라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당시 나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학원 강의, 출강, 강의 녹화 및 녹음, 콘텐츠 제작, 대학원 공부, 상담 등 쉴 틈 없는 일상에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남편 역시 한국에서의 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전기 기술자 교육을 받기로 결정하고, 전세 자금을 활용하여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런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아끼며 살아도 한국에서 가져온 돈이 일 년을 넘어가자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급하게 일을 알아보고 취직을 해서 생활비를 충당했다. 남편 교육이 끝나면서 경험을 쌓기 위해 다른 electrician 밑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고 아이를 낳기 전까지 생활비는 한국에서처럼 내가 거의 충당하게 됐다. 부모님은 왜 영국까지 가서 고생하냐고 그냥 한국에 오라고 했지만 우리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있어보겠다고 결정을 했고 그 사이 딸도 낳고 남편도 전기 기술자로 취직을 했고 영주권도 받게 됐다.
아이를 낳고 보니 경제적인 부담이 더 커졌다. 영국의 높은 보육 비용 때문에 직장에 나가기보다는 딸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세 살이 되면서 널서리는 3시간 무료 교육이 가능해서 오후반에 다녔고 그 다음 해에는 리셉션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영국 학교는 보통 9시부터 3시까지라서 당황했다. 직장은 보통 오후 5시에 끝나는데, 아이를 픽업하고 돌봐야 하니 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졌다. 한국에서 강의 경험도 있고, 영어 교재도 출판한 경험도 있었지만 아이를 키우며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아이를 키우며 나이도 더 들었고 자신감은 바닥을 치는 경단녀가 된 것이다.
다른 엄마들처럼 슈퍼마켓에서 파트타임으로라도 일을 해서 생활비를 보태야 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을 쉬었더니 이력서를 쓰는 것조차 막막했다. 그러던 중 교회 친구 리아를 만나게 되었는데, 자기가 학교 보조 교사(TA, teaching assistant)로 일하는데 이 일이 아이를 키우며 하기에 좋다고 추천해 줬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에게 보조 교사는 너무 큰 벽처럼 느껴졌는데 그 다음 날, 다른 친구 살로멧을 만나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같은 제안을 두 번이나 받으니 신기하기도 해서, 용기를 내어 두 친구에게 보조 교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물어보았다. 2019년 초,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이던 때였다.
영국의 학제 - England를 기본으로
EYFS (Early Years Foundation Stage) - 널서리와 리셉션
널서리: 사립의 경우는 돈만 내면 생후 1개월인 경우에도 보낼 수 있지만 정부 보조로 무료 수업은 3살 생일이 지나면 가능하다.
리셉션: 초등학교 학습에 필요한 기초를 다지는 시기이다 (4-5세)
Primary school (영국은 5세부터 의무교육이 시작된다. 보통 리셉션에 다니는 중에 다섯 살이 된다). 널서리와 리셉션이 초등학교 안에 많이 있다.
Key Stage 1 - 초등학교 1~2학년
Key Stage 2 - 초등학교 3~6학년
Secondary school (중고등학교를 구분하지 않고 secondary라고 한다)
Key Stage 3 - 7학년~9학년
Key Stage 4 - 10학년~11학년 (GCES는 year 11에 본다)
Further education (secondary school 안에 있기도 하고 따로 Sixth form 혹은 college라고 하는 곳에 있기도 하다)
Key Stage 5 - 12~13학년 (13학년 말에 A-level 시험을 본다). England는 18세까지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 A-level 대신 apprenticeship 등 직업 자격증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