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방법들
한국에서 성인 영어 회화 강사로 일하며 보람을 느꼈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초등학교 보조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통해 교육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했다. 특히, 록다운 기간 동안 아이들을 직접 가르쳐야 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내가 초등학교 교사가 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보조 교사로서의 역할에 한계를 느끼게 되면서, 교사가 되어 아이들의 학습을 이끌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기도 했다.
함께 일하던 교사들이 내게 교사의 길을 권유하며 격려를 많이 해줬다. 하지만 '그냥 같이 일하니까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일 거야', '영어가 서툰데 내가 하면 민폐일 거야' 등등 자격지심이 끊임없이 들었다. 특히, 내가 있던 학교 보조 교사 두 명이 교사 과정을 하다 힘들어서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겁이 났다. 영국인인 그 친구들도 힘들어했는데, 외국인인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겁난다고 시도도 안 해보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자고 결심을 하고 하나씩 해결해 보기로 했다.
영국에서 교사로 일하려면 QTS (qualified teacher status)를 취득해야 한다. 교육부에서 인증하는 자격증으로 취득하는데 다음의 두 가지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1. 학부에서 3년 과정 교육학 (Primary Education 혹은 Secondary Education) 수학하기
2. 학부 후 1년 과정으로 PGCE (Postgraduate Certificate in Education) 과정 듣기
난 이미 학위가 있기에 일 년 과정인 PGCE를 하는 게 좋아 보였다. PGCE를 제공하는 곳은 크게 1. 이론 위주의 대학교 (실습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와 2. 실습 위주의 SCITT (School centred initial teacher training, 학교 기반 교사 양성 과정)이 있다. 개인적으로 실습과 경험을 더 쌓을 수 있는 SCITT이 더 끌렸다. 어떤 곳은 QTS 없이 PGCE만 수여하기 때문에 지원할 때 PGCE와 QTS를 다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교사 과정에 지원하려면 학력, GCSE성적, 추천서, 범죄 기록 조회 통과 등이 필요하다. 외국인의 경우는 영어 성적과 비자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
1. 학력 - 학부 이상. 한국에서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면 이 과정이 영국의 BA, MA와 같다는 걸 증명하는 ENIC이라는 곳에 보내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2. GCSE 성적 - GCSE Maths, English가 필요하고 초등학교 과정은 이 외에 Science 성적도 필요하다. 보통 성적은 4 또는 C 이상 이어야 한다.
3. 추천서 - 지원할 때 두 명의 추천인이 필요하다. 전에 같이 일했던 EYFS (널서리 & 리셉션) 리드 선생님인 린지와 GCSE 영어 강사였던 팸 선생님께 추천을 부탁드렸다. 추천인은 교사 과정 지원의 핵심 요소이기에 미리 얘기하고 부탁하는 것이 좋다. 린지의 경우 내가 학교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봤기 때문에 내 실무 능력을 평가해 줄 수 있고 팸 선생님은 학생으로 내 능력과 성실성을 잘 알고 있기에 학문적 역량을 잘 평가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4. 범죄 기록 조회 (DBS) - 어린이들 대상으로 일할 때에는 항상 필요하다.
5. 영어 성적 - 보통 IELTS를 요구하는데 이 시험은 유효기간이 2년이라 이전에 받은 성적은 쓸 수 없다. 내 경우 예전에 영국에서 유학할 때 캠브리지 CPE (Certificate of Proficiency in English)를 합격했는데 요즘은 C2 Proficiency라고 부르는 것 같다. 이 시험은 유효기간 이 평생이라 CPE로 영어 성적을 증명했다.
6. 비자 상태 - 2015년에 영주권을 취득했기에 문제없이 지원했다. SCITT은 외국인에게 비자를 제공해주지 않기 때문에 비자가 없다면 학생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대학으로 지원해야 한다.
지원하기 전에 교사 되는 법부터 여러 가지 도움을 받고 싶다면 Get into Teaching (https://getintoteaching.education.gov.uk)이란 기관에 등록하면 여러 가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나는 여기에서 이것, 저것 궁금한 것들을 다 묻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나처럼 정보가 많이 없는 사람이라면 미리 등록해서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돌이켜보면 내가 보조 교사를 했던 3년이 넘는 시간이 큰 자산이었던 것 같다. 만약 바로 교사 과정을 마치고 교사가 됐다면 학교 시스템도 잘 모르고 학생들도 제대로 못 챙겼을 것 같다.
정보도 얻었고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면 교육부에 교사 과정 지원하기라는 사이트에 가서 하면 되는데 이곳에서 세 군데까지 지원할 수 있다 (https://www.gov.uk/apply-for-teacher-training). 내 경우는 집에서 가까운 곳들 중 대학교 한 곳과 SCITT 두 곳을 지원했고 그중 가장 집에서 가까운 Sutton SCITT에서 2022년 9월부터 교사 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딸 공부를 돕기 위해 시작한 GCSE
딸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내가 어떻게 영국 교육 시스템에 맞춰 공부를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내가 사는 동네인 Sutton에 평생 교육원격인 Sutton College에서 무료로 GCSE English와 Maths를 들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좋아하고 시험 보는 것도 즐기는 편이라 (한국에서도 영어 스피킹 시험 강의를 했고 매 달 시험을 봤는데 시험이 주는 긴장감을 좋아했던 것 같다) 고민 없이 GCSE English 수업을 들었다.
일 끝나고 집에 가서 저녁 먹고 다시 Sutton College에 가서 수업을 듣고, 수업을 가르쳤던 팸 선생님이 너무 잘 가르쳐주셔서 수업에 푹 빠져들어 저녁마다 숙제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던 차에 교사 과정에도 이 성적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그다음 해에는 GCSE Maths와 Science를 들었다. Science의 경우는 무료가 아니어서 돈을 내고 들어야 했지만 아주 비싸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수학의 경우는 문제만 풀면 돼서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과학은 고등학교 때 화학이나 물리를 하지 않아서 개념 이해가 어려웠고 마침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을 해서 토론할 기회도 없어 나중에는 그만두려고 했는데 담당 선생님이 포기하지 말라고 미안하리만큼 격려를 해줘서 시험까지 볼 수 있었다.
GCSE는 예전에는 A, B, C 등 알파벳으로 등급을 매겼지만, 요즘에는 9부터 1까지 숫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교사 과정을 위해서는 4등급 이상이 필요했는데, 다행히 나는 영어와 수학 모두 가장 높은 9등급, 과학은 A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영국에 와서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단순히 회화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캠브리지 시험이나 IELTS 시험 영어, GCSE와 같은 체계적인 학습 과정을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시험을 준비하면서 학습 내용을 더욱 꼼꼼하게 학습하고, 시간도 덜 허비하며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