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영국 교육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고 있을까요?

Sep 27. 2025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계신 한국 부모님, 그리고 한국에서 영국 교육에 관심이 있으신 부모님들께 영국 초등학교 디지털 교육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많은 분들이 “영국은 전통적이고 아날로그식 교육이 중심일 것”이라고 생각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2학년 담임이자 학교 컴퓨팅 리드로 경험한 사례를 바탕으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전해드릴게요.

구글 레퍼런스 스쿨: 영국의 디지털 교육 선도

제가 일하는 학교가 속한 트러스트는 구글 레퍼런스 스쿨(Google Reference School)입니다. 단순히 구글 기기를 많이 쓴다는 뜻이 아니라, 구글과 협력해 교육 혁신을 선도하는 학교라는 의미예요.

또한 저희 학교 포함 10개가 넘는 학교가 모인 멀티 아카데미 트러스트(Multi-Academy Trust, 이하 트러스트)라서 트러스트 차원에서 디지털 교육 정책을 세우고, 각 학교의 컴퓨팅 리드들이 모여 커리큘럼과 온라인 안전(Online Safety) 방안을 함께 논의합니다. 정기적으로 교장이나 리더십에 있는 분들도 참여하기도 해서 이런 구조 덕분에 아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기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전환점이었습니다. 당시 기기가 없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 이후 학교와 트러스트가 디지털 교육에 적극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트러스트 내 3학년 이상은 1인 1대 크롬북을 무상으로 지급받아 가정과 학교에서 활용하고, 1–2학년은 학교에 기기를 두고 수업 시간에 사용하고 있답니다.

다만, 이 사례를 영국 초등학교 전체의 일반적인 현황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제가 속한 트러스트는 구글 레퍼런스 스쿨로서 디지털 교육 혁신을 선도하고 있어 1:1 크롬북 지급이 실현되었지만, 영국 내 대부분의 학교는 아직 이 단계에 이르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이는 트러스트와 학교 단위의 재정 및 교육 전략에 따라 영국 내 디지털 환경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학습

저희 학교에서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아이들의 흥미와 몰입도를 높입니다. 아래처럼 플랫폼마다 역할이 조금씩 다르고,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늘립니다.

씽크링크(Thinglink)
사진 위에 음성, 링크, 텍스트 등을 추가해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듭니다. 예컨대 ‘위대한 간호사들’을 주제로 아이들이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메리 씨콜 등을 조사하고, 각자 자료를 추가해 포스터나 디지털 자료로 제작해서 흥미진진한 배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Thinklink로 스스로 필요한 내용들 듣고 정리해요

리드 앤 라이트(Read&Write)
읽기나 쓰기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을 돕는 보조 기능입니다. 텍스트를 소리로 읽어주거나 단어 예측 기능을 제공해, 모든 아이가 읽고 쓰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돕습니다. 글씨를 쓰기 힘든 아이는 말한 것을 문장으로 바꿔주는 기능이 큰 도움 됩니다.

씨소(Seesaw)
저학년 아이들이 그림, 만들기 작품, 녹음 등을 올리고 공유하는 플랫폼입니다. 아이들이 집에서도 부모님과 작품이나 학습 과정을 공유할 수 있고, 부모님들은 댓글로 응원하거나 질문을 남기기도 합니다.

Seesaw로 아이들이 배운걸 확인해요

레고 스파이크(Lego Spike)

아이들이 레고 로봇을 직접 조립하고 코딩하며 움직이게 하는 활동입니다. 협업, 문제 해결력, 창의성, 자신감 등이 함께 자라는 수업 방식입니다.

니어포드(Nearpod)
수업 중 동영상에 질문을 삽입하거나 퀴즈, 토론형 활동 등을 넣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합니다.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하죠.

이처럼 여러 도구를 섞어서 사용하면, 아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배우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1학년 아이들의 경우 처음으로 크롬북을 사용하는 거라 자기 이름도 타입하기 어려워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줘야 하지만 1학년 끝날 때쯤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문제없이 본인 계정에 로그인해서 활동을 할 수 있게 돼요.

디지털 기기는 놀이가 아닌 학습 도구로

처음에는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게임 도구”로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과제 다 하면 게임 해도 돼요?”라는 질문도 자주 나왔지요. 하지만 지금은 교육용 사이트 위주로 학습을 유도하고, 트러스트 차원에서 유료 콘텐츠를 구입해 아이들이 무료로 이용하도록 지원합니다.

예를 들어:

Typing Club (타자 연습)

Busy Things (통합 학습 활동)

Numbots, Topmarks (수학 학습)

Learning by Questions (질문 기반 심화 학습)

이 도구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확장 학습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실제로 작동하는 온라인 안전 시스템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희 학교가 운영하는 온라인 안전 시스템의 작동 방식은 제가 실제로 경험한 다음 사례로 명확하게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방과 후 컴퓨팅 클럽에서 아이들에게 Canva로 그림을 그리고 메시지를 작성하는 법을 가르치던 중, 한 아이가 구글 검색창에 수업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단어, 예를 들어 gun을 입력했습니다. 그 즉시 시스템에서 필터링이 걸렸고, 교장 선생님께 알림이 전달되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즉시 교실에 와서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부모님께도 상황을 설명하셨습니다.

이런 알림은 하루에도 여러 번 옵니다. 단순한 오타인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어 mum을 치려다 bum으로 잘못 입력한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위험한 단어가 감지되면 즉시 확인하고 대응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안심하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와 병행해, 수업 시간뿐 아니라 다른 과목 시간에서도 온라인 안전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책임 있는 디지털 시민이 되도록 돕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교사의 성장, 학교의 성장

제가 속한 트러스트는 구글 레퍼런스 스쿨로서 다른 학교나 기관과 디지털 교육 모범 사례를 공유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해외 교육 관계자들이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기도 하지요.

교사들도 정기적으로 워크숍과 연수를 받으며 새로운 도구와 교육 방식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이 든 선생님들은 디지털 도구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컴퓨팅 리드로서 제가 지원하고 같이 배우는 과정에서 교사들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AI 활용 수업 준비, 특수교육 지원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과 영국, 닮은 점과 다른 점

한국 역시 코로나 이후 디지털 교육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정부나 교육청 주도로 태블릿과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고 보급하는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어요. 반면, 영국은 학교나 트러스트 단위에서 전략을 수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결국 목표는 같습니다. 아이들이 기술을 통해 배움을 확장하고, 협력하며, 미래형 인재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부모님들께서는 기기가 ‘게임기’로만 쓰이지 않을까 걱정하실 수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책임 있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하고 있으며, 교사들도 매일 배우고 개선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집에서 할 수 있는 팁 & 추천 사이트

집에서 할 수 있는 팁

인터넷 제공업체(ISP) 필터 설정하기

영국의 주요 가정용 인터넷 제공업체인 BT, Sky, TalkTalk, Virgin Media 등은 무료로 부모 통제 기능(부모 필터)을 제공하고 있어요. 이 필터를 활성화하면 가정 내 모든 기기에 연령 부적합 콘텐츠 접근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링크 클릭하세요.

기기별 부모 통제 설정
스마트폰, 태블릿, 콘솔, 브라우저 등 각 기기나 앱에도 자체적인 부모 통제 기능이 있어요.
예: iOS의 “스크린 타임”, Android의 “Digital Wellbeing”, 콘솔의 콘텐츠 제한 설정 등.

자녀와 대화 나누기
기술만으로는 완벽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자녀와 정기적으로 어떤 사이트를 보았는지, 어떤 게임을 즐기는지 이야기해 보세요. 특히 “이런 걸 보는 건 나쁜 거야"라는 식의 대화가 아니라 "이런 걸 어떻게 하다 보게 됐니? 기분은 어땠어?” 같은 열린 질문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