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문제가 있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 문제

by 필순

교육이 끝났을 때, 사람들은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을 밀고 나가는 소리가 겹쳤고, 가방 지퍼를 여는 소리, 누군가 작게 한숨을 쉬는 소리까지 겹겹이 쌓였다.


“수고하셨습니다.”


형식적인 인사가 몇 번 오갔다. 그 인사는 끝났다는 의미였다.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손은 책상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고, 교재는 펼쳐진 상태였다. 펜도 그 위에 그대로 얹혀 있었다. 움직일 타이밍을 놓친 것 같았다. 아니,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이상했다. 분명히 다 이해한 내용이었다.


리스크 기반 사고.

PDCA.

문서화된 정보.


이미 알고 있는 개념들이었고, 어렵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았다. 무언가 맞지 않았다. 알겠는데, 이해가 안 되는 느낌. 설명은 들었는데, 실제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느낌. 사람들은 모두 나갔다. 강의실은 금방 조용해졌다. 정이도 심사원은 자리에서 교재를 정리하고 있었다.


종이를 한 장씩 맞추고, 모서리를 정리하고, 펜을 가방에 넣었다. 동작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그는 나를 보지 않았다. 나는 몇 번이나 일어나려다가 다시 앉았다. 이대로 나가면 이 느낌은 그냥 사라질 것 같았다. 결국 입을 열었다.


“위원님.”


그의 손이 멈췄다. 처음으로 내 쪽을 봤다.


“네.”


짧았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 질문이 맞는지 확신이 없었다. 괜히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물어야 할 것 같았다.


“…이거요.”


잠깐 숨을 고르고 말했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겁니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초의 침묵. 그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아까까지는 강의하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그는 교재를 다시 펼치지 않았다. 대신 내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였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느껴지셨습니까?”


처음이었다. 질문을 다시 질문으로 돌려준 건.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문서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절차도 만들 수 있을 것 같고요.”


“근데… 이게 실제로 회사에 도움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지점입니다.”


말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강의 때와는 달랐다. 조금 더 설명하려는 사람의 말투였다.


“대부분 여기서 막힙니다.”


그는 책상 위에 손을 올렸다.


“ISO를 문서로 접근하면 거기서 끝입니다.”


나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문서는 결과입니다.”


“그 전에 있어야 하는 건 운영입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한 번 톡 두드렸다.


“예를 들어보죠.”


그는 나를 바라봤다.


“데이터 접근 통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서에는 어떻게 쓰시겠습니까?”


나는 생각 없이 대답했다.


“권한 있는 사람만 접근 가능하도록 하고… 기록 남기고… 정기 점검…”


그는 바로 끊었다.


“좋습니다.”


그리고 바로 물었다.


“지금 회사에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까?”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 질문은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아마… 아니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ISO가 필요합니다.”


나는 눈을 살짝 찡그렸다.


“문서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는 말을 이어갔다.


“지금 상태를 보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멈췄다. 보이게 한다? 그는 계속 설명했다.


“대부분의 조직은 문제가 없어서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가 있는 걸 모르고 있어서 문제입니다.”


그 말이 머릿속에서 한 번 더 맴돌았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내부심사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나는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내부심사는 점검이 아닙니다.”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자기 조직을 의심하는 과정입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계속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내부심사를 한다고 하면,”


“문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아니라,”


“그 문서대로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는 손으로 공중에 선을 그리듯 말했다.


“그리고 그게 안 되고 있다면,”


“왜 안 되고 있는지까지 가야 합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여기까지가 내부심사원입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내부심사원은 자기 조직을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손을 살짝 접었다.


“하지만 심사원은 또 다릅니다.”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다른 조직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나는 조용히 숨을 삼켰다.


“그래서 심사원보 과정이 필요한 겁니다.”


그는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심사원보는 실제 심사에 참여합니다.”


“관찰하고, 질문하고, 기록합니다.”


“그리고 평가를 받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그 과정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규격이 아닙니다.”


나는 그 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


“질문입니다.”


그는 분명하게 말했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게 달라집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정답을 찾으려고 했지, 질문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아까 질문은 좋았습니다.”


나는 놀랐다.


“대부분은 그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그는 잠시 멈췄다.


“그래서 대부분은 문서만 만듭니다.”


그는 가방을 천천히 들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질문이 다르면 결과도 달라집니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은 처음과 달랐다. 조금 더 관심이 담겨 있었다.


“계속 하실 겁니까?”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해보고 싶습니다.”


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는 말했다.


“다음에는 질문을 준비해서 오십시오.”


나는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웃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알게 되었다. ISO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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