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생각하면 찌는 듯한 더위보다 싱그러운 초록 잎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우중충한 회색빛의 장마보다 맑고 화창한 하늘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왜냐하면,
인간의 기억은 미화되거든.
무언가 강렬하고 선명한 상징으로.
날이 너무 더워서 짜증 내면서 집으로 걸어왔던 것보단,
날이 너무 더워서 친구들이랑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 먹었던 게 더 기억에 남으니까.
거센 비에 쫄딱 젖어서 눅눅한 기분으로 학교에 오던 길보단,
하굣길에 형형색색의 우산을 쓰고 서로 웃으면서 내려오던 그 길이 더 기억에 남으니까.
여름엔 늘 하나보단, 둘이 붙어있는 게 더 기억에 남고,
내 기억은, 혼자 있었던 기억보단, 함께 있었던 기억으로 미화되어 버리니까.
어쩌면 그래서 오늘도,
참 멍청하게도,
나는 다가올 여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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