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음악이 없는 거리]

by 서란

[음악이 없는 거리]


주머니 속 동그랗고 작은 이어폰을 만지작거렸다.

자석 달린 뚜껑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이어폰 한쪽을 귀에 꽂을까 말까 하다가.

그냥 오늘 하루는 잠시 귀를 가공된 소리로부터 쉬게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뚜껑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마지막으로 탁- 소리 나게 닫고는,

잠시 음악이 사라진 거리를 걷는다.


맨 처음 학원을 오가는 길에 음악을 듣기 시작한 건,

하루하루를 견디기가 스스로 너무 버거웠기 때문이었다.

매일매일 내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만 같았고 터덜터덜 발을 옮기며 걸어가는 그 길이 그렇게 외롭고 쓸쓸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게 습관이 되고, 버릇이 되고.

이젠 주변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직 내 이어폰 한쪽에서만 흘러나오는 노래의 박자의 맞추어 이리저리 걸어 다닐 뿐이다.


그러니 오늘은 둥그런 조약돌 같은 이어폰을 손에 쥐고 돌돌 굴리면서 음악이 없는 거리를 조금 즐겨보고자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일상생활의 소음과 다양한 파장으로부터 뻗어져 나오는 소리들도 음악이라곤 하지만.

글쎄, 어쩌면 음악의 깊은 본질을 이해하기엔 난 아직 조금 어린 듯하다.


음악이 없는 거리는 고요함과 동시에 신선하고 다채롭다.

늘 들리던 가사들이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내가 호흡하는 것이 느껴지고,

내가 타박타박 걷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니 나는 내일도, 음악이 없는 거리를 한 번 거닐어볼까 한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