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17
비가 그치고 완전무결한 가을입니다
바람은 잎새를 간질이며 희롱하고
볕은 시샘으로 막바지 작물을 키웁니다
이른 아침 창문가를 염탐하는 냉풍에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날이 추워지면 사람의 온기가 그립다더니
가을과 겨울은 유독 그대가 깊고 무겁습니다
음식의 욕구와 그리움은 꽤나 닮은 듯합니다
좇으면 좇을수록 비대해지고 허하기만 합니다
따뜻한 국밥도, 그대에 대한 생각도
이들의 출현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날씨 탓과 문득이라는 여유로움일 수도 있겠으나
되짚어보면 마음에 뚫린 감정의 틈새로
뇌가 변덕을 부리는 것이었습니다
‘각인된 쾌락(맛)’의 ‘짧은 행복’은
자책만을 앞세울 뿐 오래가지 않음을 압니다
뇌는 ‘나’의 것이지 ‘남’의 것이 아닙니다
뭇 사람들은 나를 보고 독하다고 말합니다
소식小食에, 주 5일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되도록)
또한 재수없게도 무척이나 날씬합니다(아쉽게도 미인은 아닙니다.)
자랑 아닌 자랑질을 하는 이유는,
독(강)해져야만 스스로를 돌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삶)’를 돌보는 일은 대신할 사람이 없습니다
게으른 의지는 누군가(가족)의 탓이 될 수도 없습니다
열 중 태어나며 셋은 죽고, 열 중 살다가 셋은 죽는다합니다(노자 도덕경)
죽음(운명)을 피해 살아남은 만큼
내적불만을 앞세워 오늘만 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모든 것이 지나치면 병이 된다는 격언마냥
실상 ‘나’보다 소중한 것은 어디에도 없기에
병이 되는 어리석음(욕구)을 범하느니 적당히 즐겨봅니다
유한한 인간의 무한한 뇌의 능력은
본인과 타인을 ‘배척’하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 보존하라는 ‘선물’일 것입니다
날이 찹니다
뜨끈한 국물과 그리움에 사무칠 계절이 왔습니다만
참아낼 수 있기에 어찌 스스로에게 감복하지 않겠습니까
생각해보건대
‘문득 그리움’이란, 추억할 과거가 많아서가 아니라
‘젊음(건강)’에 대한 후회의 것일 수(될 수)도 있겠다싶습니다
그대의 건강을 항상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