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라의 세 번째 결혼과 인생이야기
처음 샤라를 만난 건 첫 아이를 낳고 취직한 직장에서였다. 그녀는 회사에서 가장 유머러스하고 여유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마침 샤라의 자리가 내 바로 옆자리라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나 인생이야기들을 소곤소곤 정말 많이 나눴다. 샤라는 세 아이를 기르며 이미 10년간의 내공을 지닌 워킹맘 고수였다. 워킹맘 1년 차에 항상 긴장하고 걱정투성인 나에게 조언도 많이 해주고 공감해 줬다.
아무렇지 않게 툭하고 들려준 그녀의 인생이야기는 정말 파란만장했다. 드라마로 만들어도 주작이 아니냐고 할 만큼 엄청났다. 세상에 기구해도 이렇게 기구한 인생이 있을까 싶었다.
샤라는 외동딸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곧 엄마아빠의 이혼으로 엄마와 아빠의 집을 번갈아가며 살아야 했다. 어린 나이에 힘들지 않았냐는 내 질문에 그녀는 크리스마스에 양쪽 집에서 선물을 받아서 좋았다고 농담을 던졌다. 참 샤라다운 생각이다 싶었다.
성인이 된 샤라는 20대에 짧은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그 시대엔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나이였다. 남편과 샤라 둘 다 어린 나이라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지만 샤라는 둘이 잘 헤쳐 나갈 거라고 생각했고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그리고 곧 부부에게 소중한 아이도 찾아왔다. 산달이 1달 남았을 때쯤 샤라가 장을 보러 외출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무리 불러도 남편 인기척이 들리지 않아서 샤라는 남편을 찾아 위층 침실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샤라는 남편이 스스로 목을 메어 목숨을 끊은 모습을 목격했다. 별다른 신호도, 메시지도 없이 남편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샤라를 떠났고, 행복한 새댁은 과부가 되었다. 놀라고 가슴 아파 눈물이 맺힌 나와는 상반되게 샤라는 아무 감정이 없는 듯 덤덤했다.
남편이 떠나고, 샤라는 슬퍼할 시간도 없었다. 그녀는 아이를 위해 어느 때보다 강해져야 했다. 그렇게 딸아이를 혼자 출산하고 키우며 강한 엄마로 억척스럽게 살던 날들에도 사랑이 찾아왔다. 샤라는 어느 때보다도 사랑이 간절했고, 샤라의 딸은 아빠가 필요했다. 두 모녀에게 백마 탄 왕자님처럼 찾아온 두 번째 남편과 샤라는 결혼했고, 아들을 둘이나 낳았다. 아이 셋을 책임지게 된 샤라는 더 억척스러운 엄마가 되어야 했고 마침 우리가 만난 그 회사에 취직을 했다고 한다. 한줄기 빛 같았단다. 경제적으로 조금 편해졌다 싶었지만 이번에도 샤라에게는 남편 복이 없었다. 너무 외롭고 간절한 마음에 급하게 한 결혼이어서 그랬을까. 샤라의 어릴 적처럼 샤라의 아이들도 엄마집, 아빠집을 오가며 생활했다. 나중에 샤라가 넌지시 한말이지만 두 번째 남편은 말과 행동이 아주 거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싱글이 되었다. 요즘 말로 돌돌싱이 된 거다. 안타까워하는 나에게 그녀는 웃으며 이혼 후 기분이 아주 홀가분했다고 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아이들 또한 전남편에게서 분리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전남편은 이혼을 하고도 골치였다. 자기가 내킬 때 아이들을 보고 싶어 했으며 샤라와 약속한 날짜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않아 언쟁이 높아지기도 했다. 정말 헤어져서도 악연인 사람이다.
시간이 흘러, 전남편과 결혼생활 중 알게 된 부부모임에서 몇 번 봤던 남자, 제이를 만나게 됐다. 제이도 돌아온 싱글이었다. 제이는 샤라와 마찬가지로 부인의 거친 행동과 말에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이었다. 같은 입장에 있어서였는지 대화가 너무도 잘 통했던 그들은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찐 사랑을 만나게 된 샤라에게 불행은 아직도 질척이고 있었다. 미련이 많이 남은 제이의 전부 인은 샤라와 제이를 찾아와 해코지를 시작했다. 집마당에 페인트를 뿌리고 가고, 술 먹고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한두 번은 참아줘 지난 도를 넘어서자 샤라는 경찰을 불렀고, 제이의 전부 인을 상대로 고소를 했다. 법정 싸움까지 가게 됐고, 당연히 샤라가 승소했고 전부 인은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았다. 그 일을 계기로 샤라와 제이는 더 굳건 해졌고, 혼인신고를 하게 됐다. 샤라는 나에게 제이와 혼인신고하면서 성이 세 번째로 바뀌는 거라고 했다. 다시는 또 성을 바꾸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며 크게 웃었다. 웃픈 이야기다 호주는 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샤라의 세 번째 결혼생활이 시작됐다. 제이는 어린 딸을 하나 두고 있었는데, 전부 인에게 아이를 맡기기 꺼려했던 제이를 배려해 샤라가 어린 딸아이를 맡게 됐고, 그렇게 샤라는 성이 다른 네 아이의 엄마가 된다. 혹시 샤라가 손해 보는 결혼을 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사실 제이는 꽤 돈이 많은 현금 부자였다. 그는 실력이 아주 좋은 전기공이었고 돈을 쓸 줄 몰라 일을 하고 받아온 돈들을 그대로 집에 처박아 두고는 잊고 살정도로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었다. 샤라는 처음 제이랑 동거를 하면서 깜짝 놀랐단다. 집에 서랍이란 서랍을 열 때마다 현금이 나와서.
순수하고 다정한 데다 경제력까지 갖춘 제이는 샤라에게 퍼펙트 한 사람이었다. 제이의 훌륭한 전기공 실력을 아주 높게 본 샤라는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제이의 개인 회사를 차려주며 행정업무를 도맡아 하게 됐다. 샤라의 판단은 적중했다. 제이의 전기공 회사는 정말 잘되어 학교, 중소기업등 수주를 따내게 되었다. 샤라덕에 제이도 승승장구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샤라가 나를 포함해 친한 회사 동료들을 불러 모아 조용히 이야기했다.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나는 제이의 사업이 너무 잘돼서 이제는 그쪽에 올인을 하려나보다 했다. 그런데 샤라는 머뭇거리더니, 유방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에 못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그때가 처음이었다. 샤라의 어두운 모습을 본 건. 고객의 항의에도 웃으며 법적인 책임을 묻던 멘털 강한 샤라였다. 이제 좀 행복하려는데. 하늘도 무심하시다 싶었다. 샤라걱정이 많이 되었다.
정말 다행히도 샤라는 항암치료 후 완치 판정을 받게 됐다.
이때부터였다.
누구나 행복의 총량이 있다고 믿게 된 건.
요즘 샤라는 그동안에 못 누린 행복을 모두 만끽하고 있다. 제이의 사업은 여전히 잘되고 있고. 큰아들은 제이의 회사에서 돈 잘 버는 전기공으로 든든한 미래가 보장되었고. 작은아들은 원하던 대학에 입학하고. 큰딸은 결혼했고 샤라에게 손주를 둘이나 안겨주었다. 샤라, 제이 부부는 일 년에 두 번씩 해외여행을 다니고, 아주 조용한 시골에 대 저택을 짓고 살고 있다. 샤라는 정말 세상 누구도 부럽디 않은 인생을 살고있다. 샤라가 평생 누려야 할 행복이 인생 후반에 찾아오려고 샤라의 인생 전반전이 그렇게 쓰고 매웠나 보다.
샤라의 인생을 알고 난 이후로,
나는 인생에 어렵고 힘든 일이 오는 순간에 좌절하지 않는다.
나중에 얼마나 행복하려고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오는 걸까 하고 생각한다.
인스타, 페북에서 멋지고 화려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고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에게 어떤 시련과 힘든 일들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은 누구나에게 찾아온다. 찾아오는 시기가 다를 뿐.
나는 그 말을 100% 믿는다.
내 눈으로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