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호주 정부가 모든 Prep학년부터 10학년(중3)까지의 학생들은 모두 일주일에 최소 2시간의 체육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다. 현재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서 정규 체육수업과 platoon프로그램, 각 1시간씩 일주일에 총 2시간의 체육수업을 한다. 정규 체육수업 시간에는 우리가 아는 기본적인 체육수업이 이루어지고, platoon 시간에는 신나는 게임위주의 운동이 이루어진다. 얼마나 재밌는 게임들을 하는지 달리기를 싫어하는 우리 둘째 아이도 체육시간은 싫지만 PLATOON시간은 재밌다며 매주 손꼽아 기다린다.
5-6학년이 되면 interschool sports가 시작되고 축구, 풋볼 (호주식 럭비게임), 농구, 테니스, 넷볼, 소프트볼 등 여러 가지 종목 중 하나를 꼭 선택해야 한다. 팀이 구성이 되면 매주 팀연습을 시작하게 되고, 다른 학교들과 대항하여 시합을 겨루기도 한다. 시합이 있는 날은 다른 학교로 원정을 가기도 하며, 정규과목 수업대신 하루종일 시합만 하게 된다. 주 2시간 의무체육시간 이외에도 운동회, 달리기 등 체육 관련 학교 행사가 일년에 8번이나 된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호주 아이들은 방과 후나 주말에 학교 외 스포츠를 많이 한다. 미국땅만큼 큰 나라이지만 섬나라 호주에서는 수영을 필수로 여긴다. 1살도 안된 아기 때부터 수영수업을 시작을 하기도 한다. 호주 부모들은 수영부터 시작해서 어리면 4살, 5살부터 농구, 축구, 테니스, 크리켓 등 여러 가지 스포츠를 아이들이 경험해 보도록 한다. 여러 스포츠를 경험해 보다가 아이에게 맞는 스포츠를 찾으면 한 가지 혹은 두 가지의 스포츠를 집중적으로 하게 된다.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현재 넷볼이라는 스포르를 하고 있는데, 매주 주중에 한번 방과 후 1시간 트레이닝이 있고, 주말에 40분 경기를 한다. 결국 학교에서 2시간, 학교 외에 2시간 가까이 약 4시간의 운동을 매주 고정적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호주 부모들은 아이들 스포츠에 대해 아주 진심이다. 아이들의 스포츠를 위해 열심히 움직인다. 호주 엄마, 아빠들이 한가한 주말 아침에 어딜 가는지 알고 싶다면 아이들 스포츠 경기/수업하는 곳을 찾아가면 된다. 토요일 아침 8시, 9시에도 아이들 스포츠 경기/수업장소에 주차장이 가득 찬다. 조금만 늦어도 빈자리를 찾아볼 수가 없다. 출근하지 않는 황금 같은 주말인데 호주 엄마, 아빠들은 늦잠도 없는 것 같다. 심지어 한국에 학원처럼 아이만 내려주고 가는 부모는 별로 없다. 호주부모들은 아이들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에도 열정적이기 때문이다. 엄마아빠가 함께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친척들까지 아침부터 찾아와 아이들의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적으로 관람한다. 어른들이 아이들 경기에 너무 열정적이다 못해 어른들끼리 시비가 생기기도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가끔 듣는다.
호주에선 아이가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 나이가 돼서 학업을 위해 취미로 하던 스포츠를 그만두는 일은 거의 없다. 호주 부모들은 스포츠가 아이들의 성장에 꼭 중요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호주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아이들이 땀 흘리며 운동을 하는 것에 에너지와 시간을 쏟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염려가 적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고등학교에서 운동을 해본 한 분의 말에 따르면 친구들이랑 학교에서 땀을 흠뻑 흘리면서 기진맥진할 때까지 뛰고 나면 사춘기 스트레스가 싹 풀리고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마흔이 된 지금까지도 그때의 기분이 생생하다고. 그런 기억 때문일까. 어른이 되어서도 호주사람들은 다양한 스포츠를 자주 즐긴다.
애가 셋인 내 전 회사 친구는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 아이 세명 모두 각자 하고 싶은 스포츠의 스케줄을 맞추며 바쁘게 산다. 워킹맘인데 바쁜 스케줄을 어떻게 소화하나 싶지만 내 친구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스포츠를 하면서 좋아하고,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다고 했다. 아무리 좋다고 해도 퇴근 후 아이 스포츠 스케줄을 위해 뛰어다니고 주말에도 쉬지도 못하고 다니는 걸 보면서 호주 부모들은 왜 이렇게 열정적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내가 호주부모들에게 왜 이렇게 아이들의 운동에 열정적인지 물었을 때 그들은 내 질문자체를 의아해했다. 부모 자신들도 크면서 운동을 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본인들이 직접 스포츠를 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이들은 스포츠가 한 인간의 성장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를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됐고 그것이 스포츠에 대한 열정적인 마음을 키워준 게 아닐까.
학창 시절 운동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었던 나는 직접 느껴보지 못했지만, 우리 아이들이 스포츠를 하는 걸 보면서 운동이 여러 가지로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아이는 스포츠의 룰을 통해 자제력을 배우고, 현실을 깨달았다. 집에선 엄마아빠가 항상 져주는 게임만 해서 으쓱하던 아이가 시합에서 지는 걸 경험하면서 아이는 세상에 내가 이기는 게임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요즘 우리 큰아이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오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스포츠 경기가 있는 날에는 땀 흘리며 뛰면서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서 인지 우리 아이는 스포츠 경기가 있는 토요일만 기다린다. 학교 밖에서 스포츠를 하면서 처음 보는 같은 또래친구들과 한 팀이 되어보고 함께 호흡을 맞춰보기도 하면서 소속감도 느끼고, 사회성도 늘어가는 걸 보니 뿌듯하다.
운동을 하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스포츠 경기를 위해
나는 앞으로도 매주 주말아침 늦잠의 유혹을 과감히 접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