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친구가 광장은 꼭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그래서 도서관에 갔지만 광장은 없었고 대신 무정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제목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저자 '이광수'의 이름이었다. 그는 친일파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정확히는 잘 알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예전부터 그에 대한 흥미가 있어 책을 빌렸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박형식이다. 그는 부유하지도, 외모가 출중하지도 않았지만, 조선에서 손꼽히는 지식인이었다. 그는 경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었고, 부유한 자산가 김장로가 자신의 딸을 가르쳐 달라며 과외를 맡겼다.
어느 날, 형식이 집에 돌아오니 한 여성이 그를 찾아왔다. 그녀를 보자마자 형식은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그의 은사의 딸 영채였다. 은사는 조선의 교육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옥에 갇혔고, 그의 딸 영채 또한 여러 고난을 겪은 끝에 기생이 되고 말았다.
형식은 영채의 사연을 들으며 그녀가 기생이 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유교 사상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지조와 절개가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그는 영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영채는 형식이 자신을 기생으로 인식하면 마음이 멀어질까 봐 사실을 숨겼다.
형식은 영채를 책임져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와 그녀가 과거와는 다른 사람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영채가 기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그녀가 순결을 잃는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충격을 받은 영채는 자살을 결심했고, 형식은 그녀의 시신이라도 찾으려 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영채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형식에게 김장로는 선형과 약혼시키고 미국 유학을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형식은 선형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는 학식이 뛰어나고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다. 그녀와 결혼하면 안정된 미래가 보장될 것이었고, 유학이라는 기회도 놓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형식은 영채에 대한 죄책감을 점점 잊고 결국 선형과의 약혼을 결심했다.
이 소설의 제목인 무정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형식은 소설 내내 자신이 무정한 사람인지 고민한다. 영채는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형식과의 약속을 지키며 살아왔지만, 결국 형식은 현실적인 선택을 하며 그녀를 떠났다. 그러나 형식이 냉정하고 매정해서 그녀를 버린 것은 아니다. 그는 죄책감 속에서 고통받았고, 마지못해 선형과의 약혼을 선택했다.
책을 읽으며 '정'이라는 감정이 지나치면 오히려 사람을 옭아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식과 선형은 결국 현실적인 선택을 했고, 그것이 그들을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형식 선형, 영채가 기차를 타고 각자의 길을 가던 중
많은 비로 인해서 피해 보고 있는 수재민들을 도우기 위해서 본인들이 다룰 수 있는 악기로 연주를 해서 거기서 얻은 돈을 마을에 기부하였다. 자신들이 이 일을 했는데도
본인들이 감동을 받았고, 이것이 그들에게 영향을 주어 외국에 나가 열심히 공부해 조선에 많은 이들을 도와줘야겠다고 다짐하고, 후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고 조선에서 큰 재목이 되었다.
무정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을 통해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인간이 내리는 선택과 그에 따른 감정의 갈등을 깊이 고민해볼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단순한 개인적 서사가 아니라, 근대 교육을 통한 계몽과 개화를 강조하는 시대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형식이 결국 유학을 떠나는 결말은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조선 사회의 변화를 위한 지식인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이광수가 무정을 통해 단순한 연애소설을 넘어, 서구적 근대화를 통한 조선의 발전을 강조한 계몽주의적 색채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