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범한 30대 직장인이었다. 사실, 평범하기보다는 취업시장에서는 조금 경쟁력 있는 사람이었다. 비즈니스 영어를 할 수 있고 IT 산업 쪽 해외사업부에서 근무한 덕분에 연봉도 또래 평균보다는 높았다. 그러나 올해 초 퇴사를 결심한 이후부터 내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실 나는 착실히 계획하고 다짐한 후에 퇴사한 게 아니었다. 올 초에 회사가 맛탱이가 가버렸고, 그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쪽팔렸다. 그래서 환승이직을 했는데, 웬걸, 사기 취업 수준이었다. 결국 3일 만에 퇴사를 외치고 유럽 여행을 떠났다.
사실 한 달이 조금 넘는 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에 직무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돌아오면 바로 어학 자격증도 준비해 재취업을 하려고 했다. 왜냐하면 그것만이 정답이었으니까, 그 외에는 내 인생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몰랐다. 한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정상적인 어른이 되는 루트,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고소득 직장을 다니며 자신의 위치와 능력을 끊임없이 인정받으려 노력하고, 그 와중에 좋은 짝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그런 루트가 내가 꼭 지켜야 할 길이라고 믿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쯤에 새해 목표로 독서를 시작했다. 그 와중에 소설 장르는 끌리지 않았고, 요즘 유행하는 뇌과학, 인문학, 자기 계발서들이 흥미로웠다. 2~3일 만에 두꺼운 책 하나를 다 읽을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 그때부터 정신을 차렸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삶이 아닌, 내가 스스로 주도하는 삶은 어떤지 궁금해졌고, 자아실현이라는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때는 퇴사 전이었기에 출퇴근길에 독서를 하고, 퇴근 후 운동을 가기 전에 도서관에 들러 내가 진정으로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나의 강점을 분석하고, 나라는 사람을 공부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배워가면서 하루하루 뿌듯한 시간을 보냈다. 이게 바로 책에서 말하는 자아실현이라는 것인가? 남들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느낌에 주말까지 반납하며 나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했다.
그러한 생각을 품고 어쩌다 퇴사를 하고 어학연수를 핑계 삼아 유럽 여행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한국에서의 ‘나’와는 조금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에 유러피안들과 이야기할 때는 나도 색안경을 끼고는 “그래, 너희는 선진국이니까 노후를 대비할 필요도 없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 일이더라. 모두가 자신의 삶에 대해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갈망하고 그것을 찾으려 모험을 하고, 주변 시선이나 말들이 싫어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떠나온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서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하고, 스스로 행복하길 바라는 것이다. 나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해 각자 발버둥 치고 노력하는 것이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충분히 방황을 하고, 옳은 방향을 정해 천천히 나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