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아이스가 녹는 방식

2024 아르코창작기금 선정작

by 강신명

뜨겁다와 차갑다의 모호한 경계, 꿈이라 읽습니다 지난 계절의 입김이 서린 자작나무 숲에 섰습니다 소리 없이 구르는 얼음 알갱이, 고통으로 적당하게 숙성된 삶이 아득히 부푼 빛살로 쏟아집니다 투명한 가슴을 지닌 희디흰 소용돌이가 당신과 나의 간극을 이어 줍니다 이제 내가 가진 모든 부끄러움을 당신이라 부르겠습니다 불현듯 고인 호흡에 슬픔이 차오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길로 가로막힌 바깥의 일입니다 그것은 짙푸른 사해에 떠 있는 듯 내 안의 무게를 이겨 낸 기분 좋은 현기증입니다 때때로 엄습하는 이명 속에서 뼈에 박힌 소리를 기억해 내는 반쪽으로 쪼개진 심장입니다 손길 닿지 않는 곳에 멈춘 메트로놈처럼 당신을 다신 켤 수 없지만 차디찬 허기 가르며 메아리치는 낯익은 음표, 길게 잔가지 뻗은 햇빛, 비로소 바람 소리와 마주 앉습니다 자작나무에 걸린 겨울이 따가운 냉기에 데지 않게 얼음 안개를 허물고 있습니다 천년 빙설이 증발하는 막다른 길 위에서 한 겹씩 꺼내 덮은 당신을 태웁니다 빛은 어둠을 헤쳐 온 무수한 불꽃이므로 나는 새하얗게 물결쳐 날아오릅니다 오래도록 숨죽인 나를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