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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 후선 Aug 17. 2024

참으로 우아한 벌 '판도라'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주자 인간은 전과는 다른 문명의 길을 걷게 됐다. 화가 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겐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쇠사슬로 카우카소스 바위산에 묶인 채로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끔찍한 형벌을 내렸고 인간에게는 판도라를 선물했다.      

제우스는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에게 여신과 닮은 여자를 만들게 했다. 그리고 여기에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과 치명적인 매력을 더해 주었고 헤르메스는 기만과 속임수, 아첨, 꾀와 같은 교활한 심성을 심어주었다. 이렇게 제우스는 ‘모든 선물을 받은 여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판도라를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냈다.      

에피메테우스는 거부할 수 없는 판도라의 매력에 빠졌고 제우스가 보낸 선물은 어떤 것도 받지 말라는 프로메테우스의 당부도 잊은 채 그녀를 아내로 맞았다.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에게 절대 이상자는 열어서는 안 된다며 상자 하나를 알려 줬다. 하지만 기만과 속임수, 아첨, 꾀와 같은 교활한 심성을 헤르메스에게 받은 판도라는 도저히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절대 열지 말라는 상자를 열고 말았다. 놀란 판도라는 급히 뚜껑을 닫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던 온갖 질병, 고통, 불행 등 나쁜 것들은 쏟아져 나왔으나 희망만이 상자 안에 남겨지게 되었다. 제우스가 에피메테우스에게 판도라를 선물하였지만, 말이 선물이지 판도라는 재앙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판도라와 상자를 하나로 묶어 호기심 때문에 생긴 잘못된 일이나 해서는 안 될 일을 우리는 ‘판도라의 상자’라 부른다.    

 

심리검사 중 지능검사가 ‘판도라의 상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IQ 검사한 것을 기억한다. 학교에서는 공공연한 기밀이었는데 우리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본인의 IQ를 알게 되었고 그 때문에 상처받는 친구들이 많았다. 지능은 성적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건만, 성적 좋은 친구들이 더 많은 상처를 받았고 성적이 나쁜 친구들은 또 그 나름의 상처를 받았다. 

“나는 돌고래보다 지능이 낮네. 이를 우짜노?”

“우리 부모는 뭘 먹고 나를 낳았기에 이리 돌이고, 이래가 우째 살아가노?”      

그렇게 IQ를 앎으로써 독이 되었다. 물론 그중에 득이 된 친구들도 있었다. 공부를 못하는 것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열심히 해서 성적이 오른 친구도 있었으니.   

  

지능검사는 어린아이 같은 경우 산만하거나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을 살펴보기 위해 꼭 필요한 심리검사 테스트다. 아이의 전체 지능지수는 물론이고 좌뇌형인지 우뇌형인지, 학습능력과 지금의 지식수준은 어떤지, 아이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학습장애, 정서장애, 자폐성 장애의 특성 유무 등을 알 수 있다.      

내 아이의 강점과 약점을 안다면 왜 이러한 행동을 하였는지, 어떤 방향으로 교육해야 하는지, 우리 아이가 장차 문과나 이과 중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더 나아가 전공이나 직업은 어느 쪽으로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기에 좋은 검사지만 양날의 검인 것이다.   


아이 엄마들 중에 은근히 내 아이가 영재는 아닐까 생각하는 엄마들이 있다. 나 역시도 우리 아이가 영재라는 생각을 몇 번 했었다. 영재는 아주 극소수지만,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씩은 내 아이가 영재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 검사를 했는데 생각하고 있던 지능지수가 안 나오면 ‘인디언 기우제’처럼 원하는 지수가 나올 때까지 하는 엄마들이 있다. 


내가 웨딩숍을 운영한다고 얘기하면 모두가 "늘 행복한 사람들을 보고 사니 참 좋겠어요?" 한다. 화려하고 우아한 공간에서 행복한 신랑신부를 대하는 직업이니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가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신랑신부들이 간혹 신혼여행에서 가장 불행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이런 경험으로 누가 결혼한다는 얘길 하면 조언 한다. 절대 과거의 연인들을 알려고 하지 말라고. 즉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라는 얘기다.     


가만 보면 우리 주위에 ‘판도라의 상자’는 많다. 주위에서 “누가 너 욕을 하더라” 하면 “뭐라던데?” 하며 우리는 묻게 된다. 듣는 순간 마음이 상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어진다. 어떨 땐 “이거 비밀인데 너한테만 얘기하는 거야. 절대 다른 데 가선 얘기하면 안 돼” 이 역시 ‘판도라의 상자’임을 알면서도 열려는 것이다. 

참 신기하지. 다른 무서운 벌도 많은데 제우스는 ‘판도라’를 선물할 생각을 우째 하였을까? 이리도 우아한 벌을. 제우스는 신중의 최고의 신이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판도라의 상자를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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