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남향집이라 북향인 뒤 베란다에는 해가 들지 않는다. 이렇기에 곰팡이가 끼지 않게 하기 위해 늘 문을 조금 열어두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주 비가 들게 된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비가 들어 문틀이 빡빡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문이 열리지 않는다. 무식이 장땡이라고 발로 좀 찼더니 너무 심하게 찼는지 손잡이가 고장 났다. 언뜻 생각하면 ‘이게 뭐 큰일인가?’ 하겠지만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손잡이가 고장 났기에 문을 살짝 열어두면 장난기 심한 바람이 늘 닫아 버린다. 빨래하려고, 혹은 잡동사니 물건들이 필요해서 뒷베란다에 들어가려면 한참을 시름해야 한다. 이 작은 손잡이 하나가 뭐기에 참, 나….
어릴 적 살았던 시골집 문은 나무로 된 문살에 문종이를 바른 여닫이문이었다. 시골집 방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했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가면 천국이 따로 없었다. 추운 날 마당에서 머리를 감고 덜 마른 손으로 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문고리에 쩍쩍 달라붙어 더욱 추웠는데 군불을 넣어 절절 끓는 방이었으니 얼마나 따뜻했을까?
어느 날 문고리가 헐렁거리더니 그만 빠져버렸다. 날은 추운데 머릴 감고 젖은 손가락을 문틀과 문 사이에 집어넣어 여는데, 어찌나 힘이 들던지. 그 작은 문고리가 그렇게 귀한 존재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문고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아야 한다. 그래야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다. 문고리는 안과 밖을 연결하는 보물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문고리가 참 성격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살피는 것이 그 사람의 성격이다. 즉, 그 사람 마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제일 먼저 잡는 문고리가 성격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하는 질문에서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보통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주위 사람에게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 “그 사람 성격 어때?”라고 묻지 않는가?
문고리가 없는 문을 힘들게 열어본 경험이 있기에 그 작은 문고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다. 성격 역시도 같다. 상대의 성격을 몰라도 상대의 마음에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힘들게 들어가게 된다.
심리학의 거장 아들러는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시작한다 했다. 그런데 많은 연구에서 인간관계의 열쇠가 성격이라 한다. 성격은 내가 상대방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가기 위해 제일 먼저 잡아야 하는 문고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