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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이 Sep 09. 2024

[에필로그] 다시 나선형으로 흘러갈 우리의 시간

어제로부터 걸어왔지만, 오늘과 다를 내일을 고대하며

  겁도 없이 책을 써보겠노라 하고 글을 쓴지 한 달이 조금 넘은 것 같다.

  기한을 정해두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제 계획했던 목차를 채웠으니 감히 마감이라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다.


  나 역시도 이제는 문자보다 영상에 익숙해진 탓에 긴 글을 좀처럼 읽기 힘들다. 그나마도 점점 쇼츠처럼 짧은 영상을 찾게 된다. 

  그런 와중에 그다지 통찰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전문성이 두드러지는 것도 아닌 나의 긴 글이 독자들에게 얼마나 읽힐지 나부터 의구심이 든다.


  그렇지만, 꼭 독자가 읽고 안 읽고를 떠나 나에게는 꽤나 즐거운 작업이었다. 평소 머릿 속을 맴돌거나, 입으로만 읊어왔던 생각들이 좀 더 가지런히 다듬어지고 구체화 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책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르러 앞을 다시 들춰보니, 몇 가지는 고쳐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

  목적지까지 이르는 길을 세세하게 외운 것이 아닌, 일단 시동걸고 그 방향을 향해 출발해보자는 심정으로 덤빈 일이기에 당연히 고칠 점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나같은 범재로서는 우선 시작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부끄러움보다는, 어찌됐든 시작하고 한 차례 마무리했다는 뿌듯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사회인으로서 살아온 경험, HR 매니저로서의 일천한 지식들을 토대로, 그것에 견주어볼 법한 역사 속 이야기들을 접목시켜봤다. 인사 담당자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나 리더들을 생각하며 써내려 간 책이다. 그래서 <역사에 인사하기>라는 중의적인 제목을 지었는데, 다 쓰고보니 역사가 8할, 인사가 2할 정도되는 것 같다.

  어떤 독자에게 읽힐지, 어떻게 와 닿을지는 아직 막연하지만 혹시나 어떤 분께 공감이 되고 조금이나마 통찰을 얻는데 도움이 됐다면 기쁘기 그지 없다. 

  또, 나의 이야기에 전혀 다른 관점이나 견해를 가지신 분도 계실 것이다. 내게는 생각과 지식의 확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기에 그조차도 기쁘다. 귀한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길 소망할 뿐이다.




  때로 분량 조절을 위해 적었다가 지워버렸던 이야기들도 조금 있다. 아무래도 역사 혹은 역사책이라는 것의 속성 자체가, 그 당시 의미있고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 중심으로 기술된 것이다보니 리더십에 대한 소재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리더십을 다루었던 챕터에서 겹치는 이야기거리가 많아 덜어내야 했던 것이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와 더글러스 맥아더, 오다 노부나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처럼 상반된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나 아돌프 히틀러와 도조 히데키처럼 실패한 리더십에 대해서도 다뤄볼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그 전까지는, 우선 이 책(자꾸 책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민망하다)을 토대로 핵심적인 이야기들을 추려내 재구성해볼 계획이다. 뉴스조차도 카드 형식으로 넘기는 방식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스킬은 없지만, 기회가 되고 지금보다 좀 더 용기가 생긴다면 쇼츠 형태의 영상 제작도 고려하고 있다. 

  그래도 글 몇 편 써봤다고, 예전보다는 무언가를 새로 시도하는데 제법 뻔뻔해진 것 같다.




  마지막에서야 고백하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나는 왜 이런 글을 썼는지 계속 자문해봤다.


  물론, 직장인이 그저 하릴없이 취미거리로만 생각해서 시작한 일은 아니다.

  지금껏 살아온 날보다 더 많은 날을 살아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그리고 별다르지 않게 흘러가는 궤도 속에서 점점 무력해져가는 것이 싫었다. 그 궤도를 벗어나고 싶다면, 뭔가 '튈'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고착화되고 있는 내 삶의 궤도를 트는 한 번의 작은 조정이었다.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던대로, 역사는 반복되지만 온전히 같은 모습으로 흘러가진 않는다. 

  우리의 삶, 일상도 매일 비슷한 듯 하지만 조금이라도 다른 각도와 높이로 흘러가야할 것이다. 그러자면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일을 시작해보고 부딪혀봐야 한다.


  아직도 해보지 않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일들이 훨씬 더 많다.

  막막한 한 걸음을 과감히 내디뎌야 할 때도 있겠지만, 정말 더 나아갈 방향조차 가늠이 되지 않을 때는 걸어온 뒷길을 살펴보리라. 


  어제로부터 걸어왔지만, 오늘과 다를 내일을 고대하며.

  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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