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5. 꿈
4. 과학공간 시장조사
26년 현재 서울 삼청동의 갈다, 서울 강남의 힉스커피, 대전 유성구의 쿠아 등등 열손가락 안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과학카페/과학전문서점 등이 있다. 국립과학관이 아니라 교육적인 면이 덜하고, 사진찍고 놀러갈 만한 곳이라는 면에서, 내가 바라는 과학공간이다. 이 공간들은 각기 다른 특장점을 가진다.
대전의 과학카페 쿠아는 나의 이상향 공간에 가장 가깝다. 우선, 카페는 증기를 이용한 아메리카노, 현무암을 똑 닮은 초콜릿, 등 과학을 컨셉으로 하는 메뉴들을 선보인다. 대전 과학카페 쿠아의 한쪽 벽면에는 19세기 연금술에 썼을 것 같은 화학기구. 레고로 만들어진 실험기구. 태양계를 축소시켜놓은 모형. 등등이 전시되어 있다. 사장님이 20년간 수집해온 과학 굿즈 및 모형물이라고 한다. 다른 쪽 벽면에는 작은 서가가 마련되어 있다. 허리 아래쪽에는 어린이용 과학책이 dp되어있고, 그 뒤 공간에는 코스모스를 비롯한 과학스테디셀러와 최신 과학책들이 꽂혀있다. 화장실에도 스도쿠 휴지와 재밌는 과학 소품들이 비치되어 있어, 모든 공간이 소소한 과학으로 꾸며져있다.
쿠아는 따뜻하고, 코지하고, 가족 친화적인 느낌이다. 서가의 뒤로 돌아 있는 반대편은 자연광이 비치는 유리 통창으로, 이곳이 카페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켜준다. 중앙에는 큰 소파가 있어, 늘어지게 앉아있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아늑한 분위기로,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후 3시 즈음에 다른 아줌마들을 만나서 얘기할 것만 같은 동네 사랑방같다. 여기에 과학적인 느낌의 소품과 책이 있을 뿐이다. 한 번 쯤은 봤던 것 같은 아기자기하고 분위기 있는 과학기구들이 아무렇지 않게 올라와있고, 포스터도 막막 붙혀있는데,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쿠아는 주기적으로 과학자나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방문하여 강연과 모임을 하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을 마련한다. 그런 과학행사들의 스틸컷을 볼 때마다 딱딱한 느낌보다도, 가볍고 따스한 느낌이 왕왕 다가온다.
과학카페 쿠아는 대전에 위치한다. 그리고 대전에는 기초과학연구원, 카이스트, 대부분의 정부출연연구소, 국립중앙과학관 등등 많은 과학기관들이 위치한다. 그래서 과학도시라는 대전의 로컬성과, 과학에 익숙한 이공계 박사님들이 대전에 많이 거주한다는 특징이 과학카페 쿠아를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한다.
쿠아는 대전에 있기 때문에, 서울에 사는 내가 자주 방문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서울에 살면서 쿠아에 두어번 방문해봤지만, 대전역에서 어떻게 해야 제일 괜찮은 루트로 쿠아에 갈 수 있는지 아직 모르겠다. 자주 방문해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울 뿐이다. 언젠가 내가 대전에 살게되면 아마 쿠아에 매주 방문할 것 같다. 그 때까지 과학쿠페 쿠아가 번창하고 유지되기를 기원한다.
서울 강남에는 유튜브 안될과학의 궤도님과 그 회사 모어사이언스가 운영하는, 우주 컨셉의 힉스커피가 있다. 힉스커피는 어디를 봐도 우주/과학 카페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공간 곳곳에는 인터스텔라의 로봇 TARS, 모어사이언스의 과학굿즈들, 우주를 테마로 한 포스터들, 스털링엔진과 행성궤도 소품이 비치되어 있다. 직원분들은 모두 UNIVERSE 티셔츠를 입고 일하고 있고, 메뉴에는 지구, 목성, 토성 느낌의 음료, 태양, 금성, 천왕성 느낌의 케이크가 준비되어 있다. 달의 표면을 질감으로 한 벽, 화성을 테마로 하는 어두운 공간(여기에 다른 전시를 해도 괜찮을 듯)이 있고, 그 공간들에는 텐세그리티 테이블과 제임스웹 망원경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철제의 모던한 인테리어는 우주선 내부나 관제실을 떠올리게 한다.
힉스커피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우주로 범벅된 인테리어를 했는데도 전혀 짜치지 않은 느좋카페라는 점이다. 힉스커피를 둘러보면서 너무 느좋이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신논현역과 강남역 사이의 강남 한복판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렇게 브랜딩하고 디자인해야 하는구나. 강남을 이용하는 20-40대가 들러서 데이트하고, 떠들기에 너무 예쁜 공간이다.
과학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 여기 있다. 과학영화를 만든다 하고, 과학으로만 범벅되어 영화로서의 재미를 놓쳐버리면 안 된다. 과학음악을 한답시고, 어려운 과학 지식만 잔뜩 가사에 넣어버리면 안 된다. 영화 자체의 재미, 음악 자체의 즐거움, 소통 자체의 공감을 놓쳐버리면, 과학은 괜히 짜치고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갖게 된다. 과학카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카페 공간 자체가 완성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힉스커피는 카페 그 자체로 너무 예쁘다.
그런 면에서 힉스커피의 문제이자 의문점이 하나 있는데, 강남에 이 정도 규모의 공간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 거지? 40명 정도는 앉을 수 있는 좌석을 보유했으면서, 각 좌석 사이에 공간 여유도 꽤 있다. 카페를 하면서 월세, 직원월급 등 유지비가 적지 않을 것 같다. 흠 근데 주말에 2시간 동안 봤는데, 손님들이 계속 들어와서 카페가 가득 차기는 했다. 인기카페니까,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 아무튼 종종 오고 싶으니까, 모어사이언스와 힉스커피 열심히 돈 벌어주세요. 화이팅입니다.
서울 삼청동에는 과학책방 갈다가 있다. 주택 대문을 들어서서 작은 정원을 따라 들어가면 과학이 문화가 되는 과학책방 갈다 라는 문구와 함께 일층에 들어선다. 한 층 자체는 좁은 공간이지만, 3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가용면적 자체는 넓다. 1층에는 여느 동네책방들처럼 책이 전시되어 있다. 다만, 과학책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2층에는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긴한데, 의자와 책상의 수가 매우 적다. 10개 미만이었던 듯. 지하1층에는 강연, 세미나, 모임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특별한 일로 초대되거나 과학 관련 이벤트가 있으면 들어가 볼 법 해서, 일반 방문객이 지하1층에 선뜻 들어가기에는 어렵다.
나는 개념적으로는 갈다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 공간은 기본적으로는 책방이다. pH에 따라 색이 바뀌는 음료를 팔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책이 메인이 되는 공간이다. 그리고 갈다는 책방을 몇 번 들르거나, 과학소통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오프라인 모임을 꽤나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저런 과학 모임을 개최하기도 하고, 과학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교육을 다수 열고 있다. 예전에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함께 협업하여 여러 과학커뮤니케이션 양성과정도 함께 진행하고 교육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분위기적으로는 KAOS 재단과 블루스퀘어 북카페를 닮고 싶다. 한강진 역 바로 앞에는 블루스퀘어라는 큰 북카페가 있다. 한 때는 이곳과 KAOS 재단이 함께 과학자들을 초청하여 토크콘서트를 한 학기마다 열었다. 나는 세미나 참석 겸, 놀러갈 겸 해서 그 토크콘서트에 왕왕 방문했었다. KAOS 재단은 SOAK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이공계 교수님들이 직접 강의를 하고, 그 강의를 쉽게 풀어서 유튜브에 업로드하기도 한다. 근데 요즘에는 KAOS 재단과 블루스퀘어가 협업을 안 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 블루스퀘어 북카페가 층고도 높고, 책 읽으면서 커피마시기도 괜찮고, 분위기 좋은 북카페의 대명사라서 참 좋았는데 말이다.
이외에도 의정부과학도서관이라던가, 캠퍼스디서울이라던가 다른 과학공간들도 그 존재를 알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자세히는 알고 있지 못해서 이 글에는 적지 못했다.
카페도, 책방도, 북카페도, 이런 공간운영은 엄청나게 성장하는 산업도 아니고, 돈도 많이 벌지 못하는 자영업이다. 이 와중에 나는 과학을 컨셉으로 잡고서 과학공간을 제작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과학문화공간이 아예 없던 개념도 아닌데, 나는 굳이 왜 과학공간을 만드려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