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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drew Oct 04. 2020

정우람이 떠났더라면

2020.10.2  VS 롯데


1:1 동점, 8회말.

사직 징크스를 깨고 9회에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한화는 정우람을 올렸다. 정우람은 등판 후 약 10분 후에 3점 홈런을 맞고야 말았다. 깊은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우람이 홈런을 맞을 때면 지난 트레이드 찬스가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3개 구단이 한화에게 정우람을 요구하고 큰 댓가를 치룰 각오가 되어있던, 지난 8월이 말이다.


85년생 정우람은 기대 서비스타임이 2-3년이다. 한화는 올해도 올해지만 내년도 기대되지 않는 멍청한 팀이다. 리그의 평균 수준으로 타격을 하는 선수가 1-2명밖에 없는데 내년이라고 달라지겠는가.


우리 팀은 정우람을 다른 팀에 팔고 유망주를 최대한 확보해야했다. 그렇다고 나처럼 바보같은 팬들이 TV 혹은 경기장을 찾아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아마 전국에 1천명은 더 있을거란 사실이 끔찍하긴 하다.


사실 이런 가정은 마음이 안좋다. 정우람은 나같은 멍청한 팬에게 뺏어간 것보다 준 것이 더 많은 몇 안되는 한화 선수다. 2018년, 10년만의 준PO에 진출한 한화의 경기에 나는 어렵게 경기 티켓을 거머쥐었다. 정우람은 마침 그 경기에 팀에게 소중한 세이브를 선사하며 팀에 가을 야구 승리를 안겨준 고마운 선수다. 그러니까 이건 마치 옛날 옛적에 눈물을 머금고 가장 아끼는 첫째를 다른 집에 팔려보내는 기분인거다.


그래도 내년에도 암울할 한화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좋게 그려보려면 정우람은 떠나고 유망주 패키지를 받았어야 했다. 적어도 올 겨울은 다소 차분한 마음으로 야구를 기다릴 수 있었을 것이다. 더 정확히는, 낭만도 좋지만 10년동안의 지독한 패배는 정말이지 혐오스럽고 지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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